자식 죽이려 했는데..."학대 전력 없어" 즉각 분리 어렵다는 '법'

자식 죽이려 했는데..."학대 전력 없어" 즉각 분리 어렵다는 '법'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4.28 06:00

[MT리포트]죽어서야 드러난 영유아 학대(上)

[편집자주] 2020년 정인이 사건에 이어 지난해 해든이 사건까지, 가정폭력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이 잇따르며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피해 아동이 어릴수록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피해를 호소하기 어려워 사망에 이르러서야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난다. 정부는 위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체계를 정교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정의와 부모 인식 개선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아동학대 사망 '제로'를 목표로, 실효성 있는 법적·사회적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단독]"무단결석 이틀 내 신고"…교육부, 어린이집 매뉴얼 첫 명시

교육부의 아동학대 대응 강화 방안/그래픽=김지영
교육부의 아동학대 대응 강화 방안/그래픽=김지영

최근 영유아 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교육부가 전국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가 보는 기관 운영 매뉴얼에 처음으로 무단결석 대응 요령을 명문화했다. 영유아의 결석 데이터를 모든 관계 부처가 확인할 수 있도록 출결 관리 시스템도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2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전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배포한 기관 운영 매뉴얼에 무단결석 시 행동 요령을 신설했다. 개정된 매뉴얼은 아이가 사전 연락 없이 무단으로 결석했을 경우 보육교사 등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가 결석한 날 바로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튿날까지 연락이 닿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 담당 부서에 통보해 공무원과 함께 가정 방문을 진행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지자체 통보와 수사기관 신고 중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보육교사나 원장 등 아동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종사자가 판단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에 담겨 있던 무단결석 대응 기준을 교육부의 어린이집·유치원 기관 운영 매뉴얼로 옮겨 '첫날 확인, 이틀 내 조치'라는 기준을 공식화한 데 있다.

교육부의 기관 운영 매뉴얼은 영유아가 등원한 뒤 하원할 때까지 출결 관리와 돌봄, 안전 조치 등 하루 일과 전반을 어떻게 운영할지 정리한 지침이다. 기존의 기관 운영 매뉴얼에는 무단결석 대응 요령은 따로 포함돼 있지 않고 대신 6일 이상 장기결석 시 관련 정보가 보건복지부에 공유될 수 있다는 수준의 안내만 담겨 있었다.

교육부는 매뉴얼 개정과 함께 출결 정보 관리 체계도 손질한다. 현재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사용하는 보육통합관리시스템은 주로 보육료 산정을 위한 출석 일수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육통합관리시스템 안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별도 출결 관리 기능을 추가해 출석·결석·무단결석을 구분해 입력하고 특이사항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데이터는 경찰청·지자체와 연계할 방침이다. 이틀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 아동이나 장기 결석 아동 현황을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아동학대 영유아의 위기 징후를 더 빠르게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는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도 반영돼 위기 아동 선별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44개 항목으로 아동을 분석해 학대 위험도를 산출하고 기준치를 넘으면 가정 방문에 나선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대를 겪는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교육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기관 운영 매뉴얼에 명확한 기준을 담기로 했다"며 "출결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현장에서 입력된 정보를 지자체와 경찰이 함께 확인하게 되면 위기 징후를 보다 빠르게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 죽이려 한 부모, 그래도 못 떼어놓는다?..."즉각 분리 못해" 법 '허점'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 중 2세 이하의 비중/그래픽=김지영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 중 2세 이하의 비중/그래픽=김지영

6년 전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처벌법이 강화됐지만 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은 반복되고 있다. 특히 현행 법 체계에서는 부모가 학대 전력이 없을 경우 살해를 시도한 상황에서도 피해 아동을 즉각 분리하기 어려워 제도적 허점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30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2022년 50명, 2023년 44명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도 두 자릿수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2세 이하 영아 비중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2024년 사망 아동 중 2세 이하는 17명으로 56.7%를 차지했다. 2022년(56%)과 유사한 수준이며 2023년(29.5%)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중대한 학대 사건은 아동학대처벌법의 수위가 높아진 이후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해든이 사건'의 피고인 30대 여성 A씨는 지난 2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구형한 대로 형이 나온 것으로, 과거와 비교하면 무거운 수준의 선고가 내려졌다. A씨는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폭행하고 물이 채워진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전면 개정됐다. 정인이 사건은 2020년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아동이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정인이 사건 이전까지는 학대 끝에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일반적으로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2021년 2월 관련 법 개정으로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되면서 학대 행위로 아동을 살해할 경우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해졌다.

처벌 강화에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제도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대한 학대 상황에서 핵심 조치인 '즉각 분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현재 부모에게 학대 전력이 없는 경우, 살해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치면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살해미수죄'가 아닌 형법상 '살인미수죄'가 적용된다. 살인미수죄로 인정되면 피해 아동이 생존하더라도 보호명령을 통한 강제 분리 조치가 어렵다. 반면 아동학대살해미수죄는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통해 즉각적인 격리가 가능하다.

법무부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학대 이력이 없는 보호자라도 아동을 살해하려 한 경우에는 아동학대살해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정이 이뤄지면 분리 조치가 가능해져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학대 전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살인까지 아동학대를 지속적으로 저지르다 살해하는 것과 동일한 범주로 처벌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다.

한 지자체 아동학대 담당 공무원은 "아동학대도 양상이 다양한데 대부분의 아동학대와 살인 사건은 다른 범주로 보인다"며 "살인에 이르기까지 부모의 정신적 상황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심층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 역시 "같은 살인 행위라도 피해 대상이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며 "지속적인 학대 끝에 발생한 사건과 일회적 살인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황예림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황예림 기자입니다.

정인지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