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왜 단차가?…버스정류장 2단 보도블록에 "나도 넘어졌다"

여기 왜 단차가?…버스정류장 2단 보도블록에 "나도 넘어졌다"

최문혁 기자
2026.05.26 15:35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인근 버스정류장의 모습.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10일 붉은색 타원으로 표시된 보도블럭 단차에 넘어져 중족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사진=최문혁 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인근 버스정류장의 모습.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10일 붉은색 타원으로 표시된 보도블럭 단차에 넘어져 중족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사진=최문혁 기자.

서울 강북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2단으로 된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다친 시민이 구청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청은 시설물 하자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불필요한 단차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구청의 책임을 쉽게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강북구청은 지난달 20일 20대 여성 A씨의 영조물 배상 보험 신청을 접수한 뒤 지난 12일 부결 결정을 통보했다. 영조물 배상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소유·관리하는 공공시설물에 의해 피해를 입은 시민에 손해를 배상해주는 제도다.

A씨는 지난달 10일 밤 수유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던 중 보도블록 단차를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져 중족골 골절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지도 않았다"며 "이 사고로 한 달간 모든 일을 중단할 수밖에 없어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버스정류장은 인도와 차도 사이 높이 차를 완화하기 위해 보도블록을 2단으로 만든 구조다. 일반적인 정류장과 달리 추가 단차가 있어 보행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차가 시작되는 부분은 어두운색으로 구분돼 있다. 하지만 A씨는 야간에는 가로등 불빛으로 그림자가 생겨 단차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구청은 조정 회의를 거쳐 A씨의 배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정 사유는 비공개 원칙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조정 회의 결정 사유는 비공개"라면서도 "영조물 배상 책임 제도는 시설물의 하자로 발생한 사고를 배상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설물에 명백한 파손이나 훼손이 없더라도 구조 자체가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책임 여부를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설물의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단차가 사고를 낸 원인이라면 무조건 지자체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비슷한 불편이나 사고 경험이 이어진 시설물이라면 하자가 없더라도 즉각 개선하는 것이 보행자 안전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시설물을 두고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고 상황을 공유한 한 커뮤니티 게시글에도 '2년 전에 나도 거기서 접질렸다' '우리 엄마도 같은 장소에서 발목 인대를 다쳐 1년 동안 병원에 다녔다' '수년째 개선할 생각을 안 한다' 등 댓글이 달렸다.

구청 측은 해당 시설물에 대한 개선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 외 해당 시설물로 인한 사고로 접수된 민원은 없었다"면서도 "이번 일로 문제를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개선 필요성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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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최문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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