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후 간과 양측 신장 기증해 3명에 새 삶

힘없는 이들에게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른 일에는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는 강직함이 있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김용섭씨(53)는 그런 어른이었다. 외동딸인 재경씨가 기억하는 아빠 모습도 그랬다. 힘든 일을 편히 얘기할 수 있는 다정한 아빠였다. 딸 친구들에게도 '아빠'라 불릴 정도였다.
건설업을 하던 김씨의 젊은 시절 꿈은 경찰이었다. 가족을 책임져야 했기에 뜻을 접었다. 어릴 때부터 재경씨는 아빠의 꿈 얘길 들으며 자랐다.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직업 군인이 됐다.
지난 2월20일, 김씨는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다. 그러다 갑작스레 가슴 통증을 호소한 뒤 쓰러졌다. 의식을 잃었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끝내 뇌사 상태가 되었다.

재경씨는 아빠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늘 약한 사람,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라고 하셨어요. 군복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부끄럽게 행동하면 안 된다고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김씨 가족은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키로 했다. 26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3명의 환자가 새 삶을 얻었다. 재경씨는 "마지막 희생으로 누군가 새 삶을 얻을 수 있다면, 아빠도 분명 기증을 원하셨을 것"이라고 했다.
재경씨는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이리 남겼다.
"아빠는 늘 저를 자랑스러워하셨지만, 제게도 가장 자랑스러운 분이셨습니다. 그 가르침 가슴에 품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갈게요.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