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에 담긴 위험 신호들...위로 찾아 SNS 간 아이들, 더 깊은 미로로

"#우울"에 담긴 위험 신호들...위로 찾아 SNS 간 아이들, 더 깊은 미로로

오문영 기자, 김서현 기자, 박상혁 기자, 김지은 기자
2026.06.17 05:46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기획]클린 스쿨-자살 없는 학교②-1 위험한 안식처 SNS

[편집자주] 머니투데이는 올해 마약, 도박, 자살 등이 없는 맑은 학교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전세계적으로 높습니다. 청소년 자살 사망률도 최근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우울 증상을 호소해도 '사춘기'로 치부되면서 말할 곳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어떤 위기를 겪고 있는지 위기에서 구할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이미지./사진=챗GPT 생성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인공지능(AI) 이미지./사진=챗GPT 생성

"요즘 너무 힘들다."

민정(22·가명)이 처음 그 말을 꺼낸 건 부모도, 학교도 아니었다. 익명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민정은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 괴롭힘에 시달렸다. 우울감은 깊어졌고 여러 차례 극단적 시도를 할 정도에 내몰렸지만 부모나 담임교사에게 마음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았다.

대신 SNS에 글을 남겼다. 댓글이 달리고 공감을 받을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시물의 수위는 높아졌다. 그는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나를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울감에 빠진 청소년에게 SNS는 일종의 안식처이자 탈출구로 자리잡았다. 현실에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털어놓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공간엔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위로의 언어 사이로 자해 방법이 공유된다. 자해나 자살 시도를 경쟁하듯 전시하는 일도 적잖다. SNS가 청소년 자살 위험을 증폭시키는 매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X(엑스·옛 트위터) 검색창에 '#우울'을 검색하자 힘든 감정을 털어놓은 게시물 사이로 자해 사진들이 섞여 나왔다. 위험 신호가 담긴 글도 노출됐다. 일부 게시물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일 정도였다. 댓글에는 위험 행동을 가볍게 소비하거나 부추기는 듯한 반응도 섞여 있었다.

댓글을 단 계정들을 따라 들어가자 게시물 수위는 더 높아졌다. 자살을 암시하거나 동반 자살자를 구한다는 글도 여럿이었다. 자해나 자살을 의미하는 은어로 검색 범위를 좁히자 더 노골적인 게시물도 노출됐다. 화면 상단에 표시된 '위기 상담 안내 문구'는 아래로 이어진 게시글 사이에서 무색했다.

매년 늘어나는 자살유발 정보…기술적 대응만으론 한계

자살 유발·유해 정보는 매해 늘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자살유발·유해 정보는 60만2781건에 달했다. 2022년(22만9764건) 대비 162%가량 증가했다. 반면 실제 삭제 조치된 건수는 17만6163건으로 신고 건수의 29.2%에 그쳤다.

신고 접수된 자살 유발·유해 정보는 플랫폼 기업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단된다. 그러나 플랫폼 내부 정책상 위반 정보로 인정되지 않거나 은어·외부 링크 등으로 우회 유통되는 경우 조치에 한계가 있다. 현재 대응 체계로는 온라인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무를 맡은 복지부 공무원도 4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올해 11월까지 AI(인공지능) 기반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정 요청과 청소년유해매체물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 따라 자살동반자를 모집하거나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알려주는 정보, 자살을 실행하거나 유도하는 내용의 글만 '자살유발정보'로 보고 처벌한다. 자해 사진·영상이나 자살을 미화·희화화하는 게시물의 경우 관리가 필요한 '유해정보'로 분류될 뿐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연정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 계획을 촘촘히 세워야 할 것"이라며 "특히 대다수가 해외 빅테크 기업인 플랫폼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해외는 플랫폼 기업 책임 강화…SNS 아닌 현실세계 도움 연결돼야

플랫폼 기업의 책임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조 자체가 중독을 유도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만큼 콘텐츠 노출의 책임을 개인에만 지울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온라인안전법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유해 콘텐츠 삭제 의무와 아동·청소년 보호 의무를 규정한다. 영국과 EU(유럽연합)도 각각 법을 제정해 플랫폼 기업이 불법 정보를 제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국은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무거운 처벌을 내린다"며 "한국은 아직 관련 대책이 전무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SNS가 아닌 현실에서 도움 체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시물을 삭제하고 플랫폼을 규제하더라도 청소년들이 상담·지원 체계를 믿지 못하면 더 폐쇄적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연정 교수는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들을 보면 교사나 주변 어른과 꾸준히 상담을 이어간 경우가 많지 않다"며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안실련 공동기획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문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문영 기자입니다.

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김지은 기자

머니투데이 김지은 입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