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시설 적응 못 하고 낯선 남성 접촉…"법적 장애인 아니라 보호 공백"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20대 경계선 지능 여성이 보호시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SNS(소셜미디어)에서 잠잘 곳을 구하다가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법적 장애인은 아니지만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경계선 지능인이 장애인 지원과 일반 보호체계 사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리는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 등록 기준인 지능지수(IQ) 70 이하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평균보다 낮은 IQ 71~84 수준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인지·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학업과 취업, 대인관계 등 생애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일 경기 부천오정경찰서에 따르면 부천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하루 재워줄 사람을 구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글을 본 40~50대 남성들은 A씨에게 식사와 술을 제공한 뒤 숙소로 이동하려 했고, 이를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A씨는 인근 지구대로 인계됐다.
A씨는 당시 사실혼 배우자와 친아버지로부터 분리된 상태였다. 배우자 B씨는 A씨가 결별을 요구하자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한 차례 접근금지 조치를 어겨 지난 3월 말 구속됐다. 친아버지는 A씨의 사실혼 관계 등에 불만을 품고 A씨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가정보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초 배우자가 구속된 지난 3월 경찰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로 연계됐다. 하지만 보호시설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따로 의지할 가족도 마땅치 않아 결국 SNS를 통해 낯선 남성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선 지능인은 법적 장애인에 해당하지 않아 별도 특화시설이 아닌 일반 보호시설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경계선 지능인 전반의 제도적 사각지대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최유연 한국여성의전화 쉼터 소장은 "보호시설에 입소한 피해자들은 1명당 1~2평 남짓 크기의 공간에서 모여 살아간다"며 "경계성 지능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적응에 난항을 겪고, 자립 준비가 어려워 쉼터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박정식 대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사회생활 적응이 어렵고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A씨처럼 보호체계 안에 들어가더라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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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회복지 관련 법체계에서 장애인뿐 아니라 경계선 지능인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나 형사사법 절차 등 다른 영역에서도 필요한 지원을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문제의식만 있을 뿐 실질적인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회 차원의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