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에도 식지 않은 응원 문화…세대 잇는 '함성의 거리'

졸전에도 식지 않은 응원 문화…세대 잇는 '함성의 거리'

민수정 기자, 김서현 기자
2026.06.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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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교실 대신 광화문 향한 '붉은 악마'
평일에도 광장 찾은 시민들…"응원 전통 이어가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다 탄성을 지르고 있다./사진=뉴시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다 탄성을 지르고 있다./사진=뉴시스.

세 차례에 걸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은 매 경기 시민들로 가득 찼다. 평일 오전 경기였지만 연차를 낸 직장인부터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까지 거리 응원에 나서면서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을 '경험 콘텐츠'로 여기는 문화와 유연해진 근무 환경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2002년 월드컵을 경험한 부모 세대가 당시의 거리 응원 문화를 자녀들과 함께 나누면서 세대를 잇는 공동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는 1만4000여명이 모였다. 평일 오전인 경기시간에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로 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앞선 1·2차전도 모두 1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장을 메웠다.

거리응원 열기는 뚝섬한강공원과 여의도 등 다른 응원 장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지난 12일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인근에 약 4000명이 모였는데, 3차전인 이날은 8000여명이 집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직장과 학교 일정을 조정하면서까지 거리 응원을 선택했다. 연차를 내기 힘든 일부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당겨 동료들과 이른 식사를 하며 단체 응원전에 합세했다.

여의도 직장인 김모씨(26)는 "월드컵은 여의도 직장인들에게 소소한 행복"이라며 "업무를 하다가도 거리로 나와 함께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24)는 "국민적 관심이 큰 경기인 만큼 회사와 점심시간을 조율해 응원하러 나왔다"고 했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는 자녀와 함께 거리 응원에 나선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거리 응원 문화를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 체험학습을 신청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과 인천 영종도에서 광화문광장을 찾아온 정민영씨(52)는 "학업도 중요하지만 오늘 같은 경험이 더 값질 것 같다는 생각에 학교엔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새벽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응원을 온 신우석씨(46)도 "길거리 응원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함께 왔다"고 말했다.

학교와 직장 안에서도 월드컵 응원전은 이어졌다. 직원들이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사내 응원 공간을 마련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한 기업도 있다. 일부 수도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강당이나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경기를 시청했다.

월드컵은 '경험 콘텐츠'…유연한 근무 문화도 거리응원전 배경
한 수험생이 학원 독서실을 눈앞에 두고 핸드폰으로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한 수험생이 학원 독서실을 눈앞에 두고 핸드폰으로 축구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노량진 고시촌에서는 '조용한 응원'이 펼쳐졌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7·8월 시험을 앞둔 고시생들이 들뜬 마음을 감추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지 8개월 된 김모씨(24)는 친구집에서 경기를 함께 보기 위해 오전 9시 잠시 학원을 빠져나왔다. 붉은 응원복을 입은 김씨는 "경기가 끝나면 바로 공부하러 돌아가기 위해 가방에는 교재도 챙겨왔다"며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하루만큼은 꼭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학원가에서는 가방을 멘 채 휴대전화로 경기 상황을 확인하거나 중계를 보는 수험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정모씨(29)는 "독서실 책상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공부와 시청을 번갈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헤드폰을 쓰고 경기를 보던 2년차 고시생 양모씨(27)는 "많은 시간을 내긴 어려워 이른 밥을 먹으면서 잠깐 보고 있다"며 "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을 '함께 경험하는 콘텐츠'로 소비하는 분위기와 유연한 근무 문화가 이번 응원전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민들이 콘텐츠를 공감적으로 즐기는 경향이 최근 커졌다"며 "최근 사회적으로 어두운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거리 응원은 이를 함께 극복하려는 경험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2002 월드컵을 경험한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공동체로서의 행복을 가르치는 모습도 보인다"라며 "자녀들에게 중요한 사회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유연근무제 확산과 기업 문화 변화도 평일 오전 거리 응원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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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김서현 기자

사회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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