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병원과 약국을 개원하려는 의사·약사들에게 접근해 약 1970억 원의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브로커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정재신 부장검사)는 지난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대출 브로커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4월~2024년 11월 의사와 약사 278명의 명의로 위조 잔고 증명서나 허위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제출해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 보증 보증서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예비창업 보증은 전문직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억 원의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제도다. A씨는 보증심사 절차가 형식적이고 은행 대출 심사도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노렸다. 실제 A씨 범행은 2년8개월 동안 적발되지 않았다.
A씨는 대출이 실행된 의료인 80명에게 '신용보증기금 규정상 대출금 봉인이 필요하다'고 속여 560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을 불법 선물거래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는 보증서 발급 과정에서 받은 의·약사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차용증을 위조해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개원세미나에서 대출이 필요한 의료인에게 자신을 '개원컨설팅업자' '은행 대출상담사'라고 소개하면서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뒤 회사 명의로 의료기기 매매계약서를 허위 작성하고 포토샵으로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당초 경찰은 사건을 270건으로 쪼개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수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1죄를 구성하는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보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검찰은 A씨의 범죄를 모두 병합한 뒤 의·약사 80여 명을 직접 조사하고 계좌 거래내역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무등록 대부중개업과 중개수수료 수취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 직구속했다. A씨가 의·약사 151명에게 은행 대출 중개수수료 19억5700만 원을 받아 챙긴 사실이 보완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검찰은 경찰이 공범으로 송치한 의사와 약사 276명에 대해선 A씨에게 이용당하거나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을 확인해 불기소 처분했다. 대출금 중 1796억 원 상당의 피해가 변제됐고 일부는 사기 피해를 본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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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사 2명은 예비창업 보증 대출금을 개원이 아닌 목적으로 썼고 병원 폐업으로 신용보증기금이 대출금을 변제했는데도 이를 갚지 않은 점을 고려해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조성된 공적기금의 공공성, 건전성을 해치는 공적자금 편취사범에 대해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