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수색 작전 투입된 스무살 해병, "구명조끼도 못 입었다"[뉴스속오늘]

폭우에 수색 작전 투입된 스무살 해병, "구명조끼도 못 입었다"[뉴스속오늘]

이소은 기자
2026.07.1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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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3년 여름은 기록적인 장마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6월부터 9월까지 집중호우가 발생하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경상북도 예천군도 피해지역 중 하나였다.

그해 7월 19일, 예천군 호명면 황지리의 내성천 보문교에서는 실종자 수색 작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 작전에 투입됐던 스무살 청년은 그날로 세상을 떠났다.

일명 '채상병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적 책임자가 확정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 중'이다.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 투입…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

2023년 7월 중순, 경북 북부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렸다. 특히 예천군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났고 하천이 범람해 급류가 발생하는 등 피해 규모가 컸다. 실제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여러명이 실종됐다. 이에 정부는 경찰과 소방 뿐 아니라 군 병력도 실종자 수색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병대 1제1사단이 예천 일대에 병력을 투입했다. 투입된 병력 중에는 스무살 채수근 상병도 있었다. 2003년생인 그는 2023년 3월 27일 해병대 1292기로 입대했다. 7주간의 기본 군사훈련 후 5월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에 통신병으로 실무 배치를 받았다.

채 상병은 포병여단 소속 병사였지만 실종자 수색 임무에 동원됐다. 수색은 하천과 제방, 논밭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당시 하천은 비가 계속 내려 수위가 높았고 물살도 빠른 상태였다.

19일 오전,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일렬로 걸으며 수색을 실시했다. 수색 중 채 상병이 갑자기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있던 장병들이 구조를 시도했지만, 물살이 너무 센 탓에 구조하지 못했다. 그렇게 채 상병은 실종됐다.

소방과 경찰, 군이 채 상병을 찾기 위한 대규모 수색에 돌입했고, 약 14시간 뒤 채 상병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채 상병은 어머니가 무려 10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35세 나이로 낳게 된 귀한 늦둥이 외아들이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으며, 수영을 할 줄 몰라 물을 싫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 조사 결과 경찰에 이첩했지만 보류돼 '외압 의혹'
고(故) 채수근 상병(왼쪽)과 입대 당시 그의 어머니가 남겼던 글./사진=뉴스1, 네이버 카페
고(故) 채수근 상병(왼쪽)과 입대 당시 그의 어머니가 남겼던 글./사진=뉴스1, 네이버 카페

수색 작전 당시 장병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장병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안전줄도 연결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은 물속을 걸어서 수색했다.

사고 직후 해병대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조사를 총괄했다. 수사단은 조사 결과 현장 지휘관들의 안전조치가 미흡했으며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무리한 수색을 지시하는 등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경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령은 이런 수사 결과를 최종 결재권자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해 결재받은 후 경상북도 경찰청으로 이첩했다.

그런데 결재 이후 이종섭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해병대 수사단에 '관련자의 혐의 사실을 삭제하라'는 연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작성된 자료도 경찰로부터 회수됐다. 이후 조사 결과는 재검토됐고 혐의 대상도 축소됐다.

이후 언론을 통해 △조사 결과 변경 △대통령실 보고 △국방부 개입 등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보도됐다. 대표적인 것이 'VIP 격노설'이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는 취지의 격앙된 반응을 했고 이후 국방부 지침이 바뀌었으며 사건 이첩이 중단됐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박 대령은 원래 작성했던 조사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상관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박 대령은 항명, 상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입건돼 군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에 "사고 책임보다 수사 책임자를 처벌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가 2023년 말부터 대통령 개입 여부, 국방부 외압 여부, 사건 회수 과정 등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통화기록, 회의 참석자 진술, 대통령실 관계자 조사 등이 이어졌다. 2024년 들어서는 당시 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정권 교체 후 특검 출범…임 전 사단장 1심 징역 3년 선고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 의장대원들이 채 상병의 관을 영결식장으로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 의장대원들이 채 상병의 관을 영결식장으로 운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5년 정권 교체 이후 국회는 새로운 특검법을 통과시켰고, '채상병 특검'이 출범했다. 특검은 기존 공수처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채 상병의 사망 경위와 수색 지시의 적절성, 수사 결과 변경 과정과 대통령실·국방부 외압 의혹, 'VIP 격노설'의 사실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사건 책임자로 지목된 임 전 해병대 1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에 대해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수해 현장을 총괄한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과 최진구 전 포 11대대장에는 각각 금고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수중수색하도록 하는 등 안전 주의 의무를 저버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상현 전 여단장을 통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단순 언급만 했어도 해병들이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고, 장비를 갖췄다면 피해자들을 신속히 구조했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되는 단편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임 전 사단장이 따르지 않고 현장 지도·수색방식 지시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대원들이 위험한 수중 입수를 감안한 직접적인 원인은 피고인의 무리하고 잘못된 지시"라며 "그런 개입을 하지 않고 작전을 맡겨만 놨더라도 당시 수색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여, 사고에 대한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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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소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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