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되살아난 '주52시간' 예외 논의...첨단기업 '생존의 조건'

반년만에 되살아난 '주52시간' 예외 논의...첨단기업 '생존의 조건'

이태성 기자
2026.07.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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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넘어 국익으로, 정책의 탈정치화]③
노동계·지지층 반발에 '반도체 특별법'서 배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메가특구 규제특례 추진
"탈원전·4대강처럼 정권 입맛따라 부침 안돼"
첨단산업 근로시간 국가 아젠다 사회적 합의로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직접 언급하면서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개발에 한창인 광주 첨단 3지구 일대 모습. 2026.6.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광주'를 직접 언급하면서 광주연구개발특구 첨단3지구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날 개발에 한창인 광주 첨단 3지구 일대 모습. 2026.6.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4년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한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 'R&D(연구개발) 직무에 한해 주 52시간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조항에 강하게 반대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인력만이라도 근무시간 제한을 풀어달라는 경영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은 "특별법마다 특별 조항을 넣어 근무 형태를 허물면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노동계도 근로시간 예외는 근로기준법의 근간을 훼손하고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할 수 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반도체 특별법은 지난 1월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으나 산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은 결국 빠진 채였다. 당시 민주당 내부에선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근로시간 유연화를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지 기반인 노동계와 강성 지지층의 거센 저항을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라 경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주요 경제 정책이 정치 논리에 막힌 대표적인 사례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다시 시험대에 섰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또 다시 화두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지정하는 메가특구에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직 근로자 등을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노사 협의를 전제로 근로시간 및 휴일근로, 연장·야간근로 규제 등의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재계가 주 52시간 제도가 시행된 이후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 온 규제들이다.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적용이 좌초된 지 불과 반 년만의 변화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육성 지원을 위해 지난 10일 출범한 민주당 '3대 메가 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도 주52시간 근무제 논의를 공식화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연내 처리하는 게 목표다.

정부여당이 반 년도 채 안 돼 핸들을 정반대로 꺾은 셈인데 근로시간 유연화 문제가 더 이상 정치적 이슈가 아닌 국가 아젠다라는 방증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첨단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의 큰 걸림돌이다. 여권 내에선 주 52시간 예외 적용과 관련해 찬반 논리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논의가 또 다시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2018년 시행된 주 52시간 제도의 부작용은 여러 경로에서 확인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업계에선 '근무시간 제한 탓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시간 경쟁' 산업이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성능과 납기를 맞추기 위해 설계와 공정 개발, 시제품 생산, 성능 검증을 짧은 기간 안에 반복해야 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연구진과 엔지니어들이 즉각 대응해야 하고, 경쟁사보다 먼저 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

경영계가 호남을 넘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재계 관계자는 "호남에만 주 52시간 제도에 예외를 두게 될 경우 이 역시 결국 정치 논리"라며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규제를 푼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더 안정적으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주 52시간 예외 적용 문제가 '원전'과 '4대강'처럼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지 않으려면 국가적 아젠다로 삼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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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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