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전 오늘인 2017년 8월11일 중국 안후이성에서 소설가 류융뱌오(당시 53세)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22년간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하고 자신의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하는 등 문단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알고 보니 과거 저장성 후저우시의 한 여관에서 4명을 살해한 범인이었다. 평범한 작가로 살아온 그의 정체는 범행 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 하나로 22년 만에 드러났다.
사건은 1995년 11월29일 발생했다.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류씨는 안후이성 출신의 왕웨이밍과 함께 강도 범행을 계획했다.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고 있던 류씨는 왕씨와 함께 후저우시의 한 여관에 머물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부자로 보이는 산둥 출신 사업가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사업가를 살해하고 빼앗은 돈은 고작 20위안이었다.
두 사람은 이어 여관 주인 부부에게 접근했다. 체크아웃하겠다며 부부를 방으로 유인한 뒤 금반지 등 금품을 빼앗고 살해했다. 여관 주인 부부의 12살 손자도 범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이 챙긴 돈은 100위안가량이었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 여관에는 CCTV가 없었고 투숙객 정보도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범인이 피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담배꽁초가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담배꽁초에서 확보한 DNA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경찰은 사건 전 여관에 안후이 지역 말투를 쓰는 남성 2명이 묵었다는 종업원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 범위를 안후이성까지 넓혔다. 그러나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범행 직후 고향으로 돌아간 류씨는 자신의 신분을 최대한 감추며 살아갔다.
그는 여러 필명을 사용해 시와 소설을 발표했고, 점차 문단에서 이름을 알렸다. 2005년 발표한 단편소설 '영화'로 안후이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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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발표한 역사 연의소설 '행자무송'(行者武松)은 이듬해 5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여편의 시와 소설을 발표한 작가였다.

그가 문단에서 활동하는 동안 경찰은 사건을 잊지 않았다. 2017년 경찰은 장기 미제였던 여관 살인사건을 다시 들여다봤고, 22년 전 현장에서 확보했던 담배꽁초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경찰은 새로운 DNA 분석 기술을 이용해 당시 확보한 유전자를 분석했고, 안후이성 난링현에 거주하는 류씨 일가의 유전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탐문 수사를 거쳐 용의자를 류씨로 좁혔다.
경찰이 DNA 대조를 위해 타액을 채취하자 류씨는 순순히 응했다. 이후 DNA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딸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고, 상하이에 살던 공범 왕씨에게 전화를 걸어 운명을 받아들이자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2017년 8월11일 경찰은 류씨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당시 류씨는 경찰에게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하며 저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에게 남긴 편지에는 "20여년간 오늘만 기다렸다. 드디어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범 왕씨 역시 몇 시간 뒤 상하이 자택에서 체포됐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체포 이후 드러났다. 류씨는 중국중앙TV(CC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잔혹한 살인 장면이 실제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특히 여관 주인 부부의 12살 손자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류씨와 왕씨는 20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였지만 검찰은 범행 수법의 잔혹성과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체포 이듬해인 2018년 7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재산 몰수형에 처해졌다.
2019년 3월 2심에서도 원심판결이 유지돼 그해 10월22일 사형이 집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