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부터 검사가 산업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하지 못하게 된 데다 중대범죄수사청의 기술 유출 사건 수사 범위도 좁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법조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이 해외로 넘어가면 피해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경찰과 공소청이 영장 신청 전부터 적용 혐의와 필요한 증거를 함께 검토해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와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에서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해온 검사들은 오는 10월부터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또 대검은 과학수사부 사이버수사과에 기술유출 범죄 수사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이공계를 전공한 검사, 변리사, 특허청 파견 특허 수사 자문관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 역시 10월부터는 불가능해진다.
당초 검찰의 중대범죄 직접 수사 기능을 넘겨받는 중수청이 기술유출 사건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수청이 당장 출범하는 10월부터 기술 유출 수사를 개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수청법상 수사 범위가 모호해서다. 중수청법은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면서 '국가핵심기반에 대한 공격에 해당하는 사이버범죄'라는 조건을 함께 달았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중수청은 에너지·통신·교통 등 국가 운영에 중요한 시설이나 전산망을 노린 사이버 공격과 관련된 기술유출만 수사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직원이 설계도면을 출력하거나 USB·이메일로 자료를 빼돌리는 일반적인 내부자 유출은 수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현재 중수청법은 기술유출 수사 범위가 모호하고 좁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중수청이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수사하더라도 나중에 관할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 나오면 공소기각 등으로 사건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중수청법도 수사 대상과 관련 범죄의 범위를 두고 해석의 여지가 많다. 공수처의 12·3 비상계엄 수사 때처럼 수사권 논란이 생기고 위법수집증거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중수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우선 경찰을 중심으로 기술 유출 사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업무상 배임 등 기술유출에 적용되는 주요 혐의를 모두 수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증거를 모으는 경찰과 영장·기소를 판단하는 공소청의 법률 판단이 수사 초기부터 서로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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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찰이 공소청 검사와 수사를 설계하는 상설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유출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기술 유출 사건에서는 초기부터 법률적 판단이 수사 방향을 좌우한다.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압수수색을 할 장소와 대상, 확보해야 할 증거도 달라진다"며 "수사 초기에 적용 법률을 잘못 판단하면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압수수색 범위를 다시 정해 영장을 신청해야 할 수 있다. 해외 기업이 연루된 사건은 형사사법공조와 범죄인 인도 절차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기술 유출 수사에서는 신속성이 중요하다. 피의자가 자료를 들고 중국으로 출국하거나 해외 서버에 자료를 올리면 이미 복제된 기술을 회수할 수 없다"며 "유출된 기술이 해외 기업의 제품이나 생산 공정에 사용되기 시작하면 피의자를 처벌하더라도 피해 기업이 잃은 시장 경쟁력을 원래대로 되돌리기 어렵다. 기술이 국경을 넘기 전에 압수수색과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