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피하다 15층 아래로 추락...스프링클러도 없는 노후아파트서 모자 사망

불 피하다 15층 아래로 추락...스프링클러도 없는 노후아파트서 모자 사망

박진호 기자, 민수정 기자, 신홍규 기자
2026.08.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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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된지 30년 이상 '영구임대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벗어나
전문가들 "주거 취약 계층 고려해 대안 모색해야"

지난 11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15층 한 세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과정에서 30대 남성 1명과 60대 여성 1명이 아파트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이날 화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독자 제공).
지난 11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55분께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 15층 한 세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 과정에서 30대 남성 1명과 60대 여성 1명이 아파트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은 이날 화재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독자 제공).

서울 강서구 가양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자 2명이 숨진 가운데 노후 아파트의 열악한 소방시설이 참사를 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불이 난 곳은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영구임대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운 주거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노후 임대주택의 소방시설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55분쯤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난 세대에 거주하던 60대 여성과 30대 남성 등 모자지간 2명이 숨졌다.

모자는 베란다 방면 아파트 화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불을 피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가정으로 모친은 뇌병변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함께 거주하던 남편은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1992년 준공된 영구임대아파트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의 설치 의무가 강화되기 전 지어진 노후아파트로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다수 거주하는 노후 공동주택인 만큼 화재 안전시설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현장을 찾은 진교훈 강서구청장도 "화재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이곳은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30년 전에 지어져서 소방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오전 6시18분쯤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진=뉴스1.
지난 2월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오전 6시18분쯤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진=뉴스1.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다. 1990년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 층'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처음 도입됐다. 이후 기준이 강화돼 2018년부터는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에 설치하도록 했다. 다만 강화된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으면서 오래전에 지어진 아파트 상당수는 여전히 스프링클러 없이 남아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아파트에서 화재에 따른 사망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도 불이 나 집 안에 있던 10대 큰딸이 숨지고 10대 여동생과 40대 어머니가 다쳤다. 지난 3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두 아파트 모두 노후 아파트로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서도 약 4개월 전에 불이 났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특히 이번 화재가 발생한 강서구는 스프링클러 미설치 비율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현황'에 따르면 강서구 아파트 321개 단지 가운데 226개 단지(70.4%)에 스프링클러가 전혀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46.1%보다 비설치비율이 크게 높다.

전문가들은 안전 시설이 미비한 노후 아파트의 경우 화재 발생시 인명피해 위험이 큰 만큼 대체 소방시설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지어진 아파트들은 열감지기는 물론 완강기도 구비돼 있다"며 "초고층은 대피 공간이 내화 구조로 된 경우도 있지만, 노후 아파트의 경우 사고 시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는) 가격대가 있는 만큼 주민들에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공공 지원을 바탕으로 단지 여건에 따라 간이스프링클러를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자동확산소화기를 보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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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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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신홍규 기자

안녕하세요. 편집국 신홍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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