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울린 '190억 전세사기'…2만쪽 기록 파헤친 수사팀

사회초년생 울린 '190억 전세사기'…2만쪽 기록 파헤친 수사팀

박진호 기자
2026.09.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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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1과 집중수사팀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61만건(2025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 8월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만난 수사1과 집중수사팀 소속 수사관들. 왼쪽부터 홍도연 경사, 정승언 경위, 정준호 경위, 기도균 수사1과장(경정), 임주완 경감, 천민재 경위, 박혜주 경장 모습. 과거 쓰러진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구조한 홍도연 경사는 "앞으로도 피해자분들을 한명 한명 구조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지난 8월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만난 수사1과 집중수사팀 소속 수사관들. 왼쪽부터 홍도연 경사, 정승언 경위, 정준호 경위, 기도균 수사1과장(경정), 임주완 경감, 천민재 경위, 박혜주 경장 모습. 과거 쓰러진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구조한 홍도연 경사는 "앞으로도 피해자분들을 한명 한명 구조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190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가족 전세사기단'을 수사한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1과 집중수사팀 정준호 경위는 수사를 끝까지 이어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 경위는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이었다"며 "피해금을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을 반드시 처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단독]사회초년생들 속여 '190억 꿀꺽'…'가족 전세사기단' 줄줄이 검찰행)

관악서 집중수사팀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가족과 친인척 등을 동원해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 10여명을 잇따라 검찰에 넘겼다. 가장 먼저 구속기소 된 주범 이모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집중수사팀이 사건을 넘겨받은 것은 지난해 초 정식 팀으로 출범하면서다. 집중수사팀은 관내에서 발생하는 전세사기 사건 대부분을 맡고 있다. 관악구는 지난해 서울에서 전세사기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경제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수사관들을 배치했다. 팀장인 임주완 경감도 10년 넘게 경제범죄 수사를 담당해왔다.

출범 이후 처리한 사건만 수백건에 달한다. 임 팀장은 "1년여 만에 총 300여건을 종결했고 이 가운데 약 200건에 대해 70여명을 송치했다"며 "구속한 피의자도 4명이고 잠적한 피의자를 끝까지 추적해 검거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수사관들에게도 가족 전세사기단 수사는 쉽지 않았다. 검토해야 하는 기록물이 방대하고, 조사 대상자는 수십명에 달했다. 정 경위는 "기록물의 경우 각 500쪽씩 총 40여권, 전체 2만여쪽이었다"며 "일부 피해자들은 잃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보니 수개월간 한명씩 도와드리겠다며 설득해 진술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법리 검토도 난관이었다. 통상적인 전세사기와 달리 건물을 짓는 단계부터 가족과 친인척들이 대거 관여한 사건이어서 각 피의자가 범행에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 따져야 했다. 수사팀은 관련 판례 등을 일일이 검토하며 피의자별 혐의와 가담 정도를 정리했다.

천민재 경위는 "사전에 과장님과 함께 전세사기 수사를 위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등 체계를 만든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며 "지금도 서로 판례와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천민재 경위는 "사전에 과장님과 함께 전세사기 수사를 위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 등 체계를 만든 부분이 큰 도움이 됐다"며 "지금도 서로 판례와 아이디어를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박진호 기자.

수사팀이 수개월에 걸친 수사를 버틸 수 있었던 동력은 피해자들이었다. 정 경위는 "교통사고 보상금까지 끌어모아 겨우 보증금을 마련한 피해자, 평생을 옥탑방 같은 곳에서 지내며 모은 돈으로 겨우 전셋집을 얻은 피해자들이 기억에 남는다"며 "힘들더라도 그 고통을 모두 수사 기록으로 남기고 피의자들의 처벌로 이어지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인 만큼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기도균 수사1과장은 "공인중개사와 계약할 때 근저당이 설정되지 않거나 과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건물 가격이나 선순위 보증금에 대해서는 구체적 근거를 요구해 안전한 건물인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인중개사에게 확정일자 부여 현황 확인 또는 전입세대 열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이를 특약 사항에 기재할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보험 가입이 정상적으로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집중수사팀이 세운 최종 목표는 역설적으로 '팀 해체'다. 임 팀장은 "전세사기가 없는 그날까지 묵묵히 맡은 일을 다 할 것"이라며 "저희가 열심히 해야 피의자들도 압박받고 보증금 반환에 신경을 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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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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