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원 번 경주마…은퇴 2주만에 '불법도축장'으로 갔다

1억5000만원 번 경주마…은퇴 2주만에 '불법도축장'으로 갔다

남형도 기자
2026.09.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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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마로 쓰인다고 했는데 도축장에…‘전 생애 이력제’ 필요

2024년 충남 공주시에 있는 소위 '폐마 목장'에서 처리되는 말의 사체./사진=제주 비건 제공
2024년 충남 공주시에 있는 소위 '폐마 목장'에서 처리되는 말의 사체./사진=제주 비건 제공

1억4675만원. 경주마 '천행챗'이 2023년부터 올해까지 뛰며 번 상금 액수다. 천행챗은 지난 7월16일 퇴역했다. 은퇴 후 승용마(사람이 타는 말)로 쓰인다고 신고돼 있었다. 그러나 2주 만에 제주 말 불법 도축 농장에서 발견됐다.

국가 기관에서 장기간 승용마로 이용된 한라마 '개랑'도 수년 전 폐사된 걸로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두 말은 지난 7월31일 발견돼 모두 구조됐다.

말이 태어날 때부터 숨질 때까지 이력을 제대로 관리하는 '전 생애 이력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말 주인이 신고하도록 하는 현행 체계를, '의무'로 바꿔 말 복지 체계를 바로 세우자는 취지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사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역한 경주마는 총 7379마리다. 승용마로 전환된 게 2834마리(38.4%)로 가장 많았다. 폐사 1939마리(26.3%), 용도 미상 887마리(12%), 기타 743마리(10.1%) 등이었다.

은퇴한지 2주 만에 제주 말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된 경주마 '천행챗'. 1억5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거두고도 말로가 이랬다./사진=제주비건 제공
은퇴한지 2주 만에 제주 말 불법도축장에서 발견된 경주마 '천행챗'. 1억5000만원에 가까운 상금을 거두고도 말로가 이랬다./사진=제주비건 제공

퇴역마 중 '폐사'가 두 번째로 많았으나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용도 미상' 또는 '기타' 역시 어떤 식으로 쓰이거나 관리되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를 의무적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없어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왔다.

제주 지역 동물단체 '제주 비건'은 "경주 성적과 상금은 기록하면서, 그 말이 퇴역 후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며 '전 생애 이력제' 도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퇴역 경주마가 경제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방치되거나, 이른 시기에 도살되지 않도록 보호와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주가 끝난 말의 삶도 끝까지 보호해달라는 것이다.

모든 말에 대한 ‘전 생애 이력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국민동의청원./사진=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모든 말에 대한 ‘전 생애 이력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국민동의청원./사진=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관련해선 문대림 의원이 지난달 31일 말 소유자에게 말 등록, 변경 신고 의무를 지게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제주 비건은 국회 전자 청원 홈페이지에 관련 청원을 올렸다. 동의 기간은 오는 26일까지다. 21일 기준 2만6688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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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시작하던 마음 잊지 않고 좋은 글 쓰겠습니다. 제보를 기다립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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