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천사, 직장서 일진"…가정 밖 행동도 이혼 사유 될까

"집에서 천사, 직장서 일진"…가정 밖 행동도 이혼 사유 될까

정진솔 기자
2026.09.26 05:09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남편 A씨는 최근 겹지인으로부터 아내 B씨가 팀에서 신입 사원 한명을 과하게 괴롭히고 왕따를 시킨다는 말을 들었다. 충격을 크게 받은 A씨는 이를 무시하려 했다. A씨와 B씨는 맞벌이 부부로 평소 서로를 배려하며 10년째 모범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착해서 손해보며 살 사람'이라고도 생각했다. 결국 A씨는 이를 헛소문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얼마 뒤 또 다른 친구로부터 아내가 괴롭혔던 신입 사원이 자해를 시도해 사내 게시판이 시끄러웠단 말까지 들었다. A씨는 직접 그 신입 사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듣게 됐다. A씨는 악독한 아내의 행동에 질려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슬하에 있는 초등학생 딸이 아내를 닮을까봐 두려워졌다. A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자신이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가정에 충실 해왔고 부부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회사에서의 일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거에 비해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정 내 문제가 아닌 가정 외 문제로 다툼이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가정 내에서 문제가 없을지라도 가정 외의 사유를 들어 이혼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사례에선 이혼이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법원은 '부부 사이의 직접적 의무 위반'을 기준으로 재판상 이혼 사유를 판단한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 사유'로 가정 외 사유의 반복성·지속성, 사회통념상 비난 가능성, 자녀와 가정에 미치는 영향, 상대방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법원이 과거에 비해 이혼 사유를 폭넓게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법원은 이혼 여부를 판단할 때 '폭력이나 외도'와 같은 전통적 사유를 위주로 살폈다. 하지만 시대문화적 배경이 달라짐에 따라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대한 판례에 다양한 사정들이 포함되고 있다.

법무법인 차원의 장윤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부부 사이의 일이 아니고, 단순히 배우자가 충격을 받은 일이라는 이유로 이혼이 성립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부부 외의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배우자의 인간성 자체에 대한 실망이라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그의 인격·도덕성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환멸에 이른 경우이며 그것이 객관적이며 반복적인 것으로 인정될 경우엔 이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무리 배우자가 사회적으로 비난 받을 짓을 했더라도 양육권이 무조건 상대방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대법원은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자녀를 더 친밀하게 주로 양육하는 쪽을 양육권자로 지정한다. 만약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했던 배우자더라도 양육에 헌신적이었고 자녀들의 복리와 행복의 관점에서 본인이 더 양육에 알맞다고 주장한다면 양육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진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