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중 누구랑 살래"…아이 삶 결정하는데 왜 의견 안 들어주나

"엄마, 아빠 중 누구랑 살래"…아이 삶 결정하는데 왜 의견 안 들어주나

정진솔 기자, 이혜수 기자, 양윤우 기자, 오석진 기자
2026.10.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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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달라진 가족, 먼지 쌓인 가사소송법②양육권 분쟁서 경시되는 자녀 목소리

[편집자주]  가사소송법 1991년 제정·시행된 이후 35년이 흘렀다. 그동안 가족의 형태는 변화했지만 법은 멈춰있다. 이혼소송의 또다른 당사자인 자녀는 목소리를 낼 길이 막혀있다. 35년째 멈춰선 법으로 가사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아봤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 만 13세 미만 A군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면접교섭권에 따라 친부의 집에서 매주 2박3일 자게 됐다. 친부가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었지만 A군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재정적 능력이 있다는 점을 법원이 고려했다. 하지만 A군은 아버지의 집에서 자고 돌아올 때마다 까무러치듯 울었다. 소통이 서툴렀던 A군의 의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였다. 결국 A군과 어머니는 심리상담사를 찾았다. 어머니는 당시의 상담 내역을 기반으로 교섭 횟수를 줄여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당사자만큼 자녀들도 고통을 겪지만 양육권 결정 등에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하는 규정이 미흡해서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가정법원이 친권자 지정, 양육·면접교섭에 관한 사항을 직권으로 정할 때 미성년 자녀의 의견 청취는 '법'이 아닌 대법원 '규칙'에 규정돼 있다. 그마저도 '13세 이상'일 때로 제한하고 있다.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은 경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법원 관계자는 "13세 미만 자녀의 의견을 아예 듣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규칙에 '13세 이상'으로 나이를 명시해놓다 보니 이보다 어린 자녀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단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녀 의견을 듣도록 하는 가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미성년자 복리에 영향을 미치는 재판에서 원칙적으로 연령과 상관없이 자녀 진술을 듣게끔 한다. 또 변호사나 심리·교육·상담·아동 분야 전문가 등이 자녀 의사를 전달해주는 절차보조인으로 함께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나이 제한 없이 미성년 자녀의 의견을 모두 청취할 수 있게 될 경우 아이의 의견이 왜곡되지 않도록 절차 보조인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녀들의 의견을 듣지 않는 건 법적으로 자녀를 인도받는 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불법적으로 데려간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자녀를 인도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녀'는 물건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강제로 아이의 팔을 잡아 끌고 가거나 혹은 아이의 학교에 집행관이 들어닥치는 경우가 잦다.

이는 '채무자가 특정한 동산이나 대체물을 인도해야 할 때는 집행관이 이를 빼앗아 채권자에게 인도해야 한다'는 민사집행법을 준용해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25년부터 아이들의 안전과 복리를 고려하게끔 집행관들이 지켜야할 의무와 권한 등을 예규에 반영했다. 하지만 예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윤정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자녀인도는 본질적으로 민사집행과는 다르기 때문에 일반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집행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녀인도 현장에선 소통·설득이 필요한데 철거·압류를 해온 민사집행관들과이 해온 역할과는 분명히 구분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 역시 "적절한 인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법한 양육 상황이 고착돼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가정법원의 허가 하에 자녀의 안전·복리에 유의해 인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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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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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수 기자

사회부 이혜수 기자입니다.

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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