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나흘 전 '라이터·말통' 구매…계획범죄 정황 속속
경찰 조사서 범행 대체로 시인…이날 중 구속영장 신청 예정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 연달아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경찰조사에서 특허법인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도 피의자의 사전 범행 준비 정황을 확인하고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피의자는 과거 같은 특허법인 관계자를 협박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피의자가 범행 열흘 전 휴대전화를 해지·처분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디지털 증거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70대 피의자 이모씨를 상대로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 뒤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당초 경찰은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피의자를 검거했지만 법률검토 결과 피해 건물이 사무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혐의를 변경했다.
경찰은 이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에서 플라스틱 말통과 라이터 등을 구입했다. 범행 당일인 20일에는 준비물을 챙겨 택시를 타고 역삼동으로 이동한 모습도 확인됐다.
이씨도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2곳에서 허위의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법인 관계자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다만 이씨가 범행 열흘 전 휴대폰을 처분한 점이나 이외에 구체적인 범행 계획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인터넷 검색이나 이씨가 다른 방법을 통해 범행을 준비했는지 추가적으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보유한 전자기기가 실제로 없는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피해 특허법인 관계자들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년 전 같은 법인 협박…'누범 여부' 주목

경찰은 추가 혐의 적용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또 과거 수사나 재판에 대한 앙심보다는 특허법인과의 분쟁이 이번 범행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2022년 동일한 특허법인 직원들을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3년 4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특허법인이 종이 등록증을 발급해주지 않고 특허 갱신료 등 추가 비용을 요구한 데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 이씨는 2019년과 2020년 해당 특허법인을 통해 균형 운동기구 관련 디자인 출원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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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가중처벌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계획적인 범행이나 다수의 피해자 발생, 동종 누범 등을 형량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씨가 과거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누범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이씨는 전날 낮 12시 전후로 역삼동 한양빌딩과 신명빌딩에 잇따라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 당초 소방 신고는 신명빌딩에서 7분 먼저 들어왔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한양빌딩에 먼저 불을 지른 뒤 신명빌딩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은 약 2시간 만에 완전히 진압됐지만, 심정지 환자 1명을 포함해 시민 19명이 다쳤다. 심정지 환자는 병원 이송 이후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화재가 난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서 2차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경찰은 화재 피해 상황과 발화 지점 등을 살펴보며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