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 없으면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사나요."
경주 여행 중 잡아탄 택시 기사에게 '외국인이 늘어 불편한 점은 없느냐'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들이 있어야 식당에 사람이 있고 택시도 손님을 태운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 외국인은 지역의 생계를 함께 떠받치는 이웃이었다.
실제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7월 말 기준 300만명에 육박한다. 인천광역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다. 2021년 195만명에서 지난해 278만여명으로 약 82만명(42.2%) 늘었다.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반면 같은 기간 출입국 관리공무원 정원은 2568명에서 2668명으로 100명(3.2%) 늘어나는데 그쳤다.
단순 계산하면 지방 출입국 사무소 공무원 1명이 과거엔 700여명을 담당했는데 지금은 1000명이 넘는 외국인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늘어난 정원 대부분이 인천공항이나 부산항 등으로 보내져 지방 출입국 인원이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정 병목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는 게 일선 출입국 사무소의 얘기다.
최근 찾은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민원실에서도 이를 절실히 느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받은 서류는 직원 머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접수가 끝난 뒤 체류 자격 여부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야근도 잦다. 외국인들도 서류를 내러 가는데만 평균 2주 넘게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 외국인을 더 많이 유치하려 한다는 점이다. 일손이 부족한 기업, 학생이 줄어든 지방대에 외국인은 필수적이다. 체류 업무 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외국인들 생활에 영향을 줄뿐 아니라 기업과 학교도 불편을 겪는다. 예컨대 숙련된 근로자가 체류 문제로 출국하면 새 사람을 구해 처음부터 가르쳐야 한다.
경주 택시기사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외국인 정착을 돕는 일에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면 이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행정 업무를 정비하는 데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이들도 한국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에는 근로자, 대학에는 학생, 택시기사와 식당 주인에겐 손님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