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얼티밋 워리어가 죽었다. 그 전에는 마초맨, 빅 보스맨, 미스터 퍼펙트, 어스퀘이커, 데이비 보이 스미스가 죽었다. 헐크 호건과 브렛 하트는 다행히 살아있다. 하지만 헐크 호건은 링 안팎에서의 잡음들로 실망을 주었다. 브렛 하트는 교통사고로 몸이 성치 않다.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가 WWF(World Wrestling Federation)이던 시절, 어떤 한국의 아이들은 헐크 호건과 얼티밋 워리어를 절대적인 영웅으로 생각했다. 교실 뒤에서 프로레슬링 기술을 연습했고, 헐크 호건이 출연한 3류영화 < 죽느냐 사느냐 >를 재개봉관까지 가서 봤다. AFKN에서 방영하던 WWF의 프로그램에서 얼티밋 워리어가 사라진 이유가 그와 WWF의 계약 문제 때문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은 20대가 된 그들에게 부정하고 싶은 진실들을 알려줬다. 얼티밋 워리어가 WWE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은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당시 레슬러들의 멋진 근육들은 대부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결과였다.
“Speak to me warrior!” 그래서, 얼마 전 WWE의 링 한 복판에서 자신을 ‘워리어’라 불러 달라 했던 사내를 보며 마음이 편안했었다. 제임스 브라이언 헬위그였던 사내는 얼티밋 워리어라는 이름의 소유권을 갖기 위해 본명까지 워리어로 바꿨다. WWE와 결별한 뒤 돈 벌 구석은 딱히 많지 않았고, 결국 챔피언 벨트까지 경매에 붙였다. 얼마 전부터 WWE와 관계가 개선돼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모두에게 다행이었다. 명예의 전당 헌액과 함께 그는 WWE에서 돈을 받게 됐고, 그 때의 꼬마들은 그가 지금도 링 줄을 흔든다는 것에 환호했다. 어른이 되면서 피할 수 없는 진실들이 다가왔다. 영광은 거짓이었고, 영웅은 나락에 떨어졌다. 그러나, 그 사내는 흰 머리가 된 채 다시 링에 올라와 예전처럼 링 줄을 흔든다. 나를 워리어로 불러달라고, 워리어에게 환호했던 그 때처럼. WWE의 슬로건에는 “이것은 엔터테인먼트입니다. 하지만 고통은 진짜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헐크 호건과 마초맨이 ‘메가파워스’를 결성하던 < 레슬매니아 4 >부터 올해의 < 레슬매니아 30 >까지의 시간은 다른 결론을 내려 주었다. 고통은 있었지만, 엔터테인먼트만큼은 진짜였다. 꼬마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어른이 되어 부정당하고, 다시 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의미를 알게 해준 세월. 그 때의 영웅이 온갖 사건을 뒤로 하고 그 곳에 다시 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Rest in peace. 당신은 영원한 전사로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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