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빙상계의 뿌리 깊은 폭력에 경종을 울렸다.
심석희는 지난 해 12월 17일 수원지방법원 법정동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조재범(37) 전 코치의 폭행에 대해 폭로하면서 엄벌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심석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손가락뼈가 부러졌고,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부터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며 "평창올림픽 전엔 '이러다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했고 이후에 뇌진탕 증세로 올림픽 무대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무자비한 폭력에도 심석희는 10여 년이 지나서야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상명하복' 문화의 스포츠계에서 이런 내용을 폭로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빙상계의 폭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 라커룸에서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 2013년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의 한 자치단체 실업팀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감경을 받았다.
또 2015년에는 한 남자대표 선수가 훈련 도중 후배를 때렸지만 성적을 이유로 이런 상황이 숨겨졌다. 연맹은 이런 사건 때마다 내부적으로 무마하고 감추려고 애썼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빙상계에 만연한 비정상적인 사제 관계와 솜방망이 처벌이 화를 불렀고 선수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건이 끊임 없이 재발한다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