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번트인데' LG 6연승 만든 8회 무사 1·2루 재구성, 박해민 페이크 번트&슬래시 '어떻게' 나왔나

'누가 봐도 번트인데' LG 6연승 만든 8회 무사 1·2루 재구성, 박해민 페이크 번트&슬래시 '어떻게' 나왔나

잠실=김동윤 기자
2026.04.12 00:20
LG 트윈스는 11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하며 6연승을 달성했다. 8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박해민은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타격으로 전환하는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 성공시켰다. 이 작전으로 2타점 적시타를 기록하며 LG는 역전에 성공했고, 이 점수가 결승타가 되어 공동 1위를 유지했다.
LG 박해민이 번트 훈련을 하고 있다.
LG 박해민이 번트 훈련을 하고 있다.

LG 트윈스의 6연승을 만든 8회말 무사 1, 2루에는 예상보다 많은 작전과 고민이 담겨 있었다.

LG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4-3으로 승리했다.

승부처는 LG가 2-3으로 지고 있는 8회말이었다. 무사 1루에서 오지환의 타구가 중견수, 우익수, 2루수 사이에 떨어지는 텍사스 안타가 됐다. 2루 주자는 이미 발 빠른 최원영으로 바뀌어 있었고 작전에 능한 박해민이 타석에 들어섰다.

대기 타석에는 장타력이 있는 박동원이 있었기에 3루 코치의 지시를 받은 박해민이 번트 자세를 취한 건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박해민은 노경은이 초구를 던지자 곧장 자세를 바꿔 타격을 시도했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이었다.

이 노림수는 제대로 통했다. 박해민의 방망이를 떠난 공은 우익선상 외야 멀리 날아갔고 1, 2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LG의 4-3 리드. SSG가 이 점수를 뒤집지 못하며 그대로 결승타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해민을 통해 이 장면을 재구성해봤다. 박해민은 먼저 번트 사인이 난 것 맞다고 했다. 다만 항상 상황을 살피라는 평소 염경엽 LG 감독의 주문도 같이 떠올렸다.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8회말 무사 1, 2루서 번트 대신 강공으로 좌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8회말 무사 1, 2루서 번트 대신 강공으로 좌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박해민은 "번트 사인이 났다. 무사 1, 2루라 당연히 번트 사인이 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항상 부임하고 나서 유격수 위치를 보고 100% 번트 수비를 할 것 같으면 언제든 쳐도 좋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위치를 보니 (유격수) 성한이가 이쪽(3루)으로 많이 가더라. 100% 달려들 거라 생각했고 순간적으로 (방망이를) 빼서 강공을 택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는 어려운 작전에 속한다. 타자의 순간적인 판단에 맡겨야 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고, 타이밍은 맞아도 생각한 것과 구종이 달라 땅볼이나 내야 뜬공 타구도 자주 나온다. 더욱이 노경은의 공은 몸쪽 낮게 떨어지는 직구였다.

베테랑 박해민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일단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났다. 1루수가 베이스를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 보니 앞으로 많이 나오는가를 봐서 1루, 2루 사이로 굴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쪽 어려운 코스를 좋은 타구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과감한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앞선 타석에서 박해민은 2회 좌중간 2루타, 4회 볼넷, 6회 좌익수 뜬공으로 나쁘지 않았다.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8회말 무사 1, 2루서 좌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달리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8회말 무사 1, 2루서 좌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달리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박해민은 "앞선 타석에서 타구 질이나 결과가 안 좋았다면 어떻게든 번트로 타석을 아끼려고 했을 수 있다. 그런데 앞선 타석 결과나 타구 질이 좋아서 조금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사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은) 순간적으로 판단할 게 너무 많다. 유격수 위치도 확인해야 하고, 뜬공이 나오면 안 된다. 일단 굴려야 한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실행에 옮겨야 하니까 정말 과감함이 필요한 작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캡틴의 과감한 결단과 행동은 LG를 연승으로 이끌었다. 이로써 6연승을 달린 LG는 8승 4패로, 같은 날 두산 베어스에 승리한 KT 위즈와 공동 1위를 유지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경기 후 "중요한 상황에서 박해민이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2타점 적시타를 쳐주며 주장다운 활약으로 오늘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주장 박해민이 2안타 2타점 역전 결승타로 타선을 이끌었다. 끝까지 집중해서 역전승을 만들어낸 선수들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을 승리로 이끌고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을 승리로 이끌고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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