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만 같았던 그의 이적. 그리고 그의 첫 친정팀 방문 경기. 그를 맞이한 건 박수보다 상상 이상의 야유였다. SSG 랜더스의 거포 김재환(38)의 이야기다.
김재환이 SSG 이적 후 치른 첫 두산 원정 3연전 일정을 모두 마쳤다.
김재환은 지난 8일 두산과 3연전 중 첫 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당시 그는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두산 팬들을 향해 90도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하지만 1루 쪽에 운집한 두산 팬들 사이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또 경기 도중에도 그가 타격을 마칠 때마다 1루 쪽에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9일 열린 잠실 SSG-두산전. 경기에 앞서 사령탑인 이숭용 SSG 감독은 김재환의 타격에 관해 "스윙 자체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치켜세운 뒤 "그리고 뭐 경기를 하는 거다. 신경 쓰지 않고,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두산과 두 경기 연속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그는 보란 듯이 홈런포를 터트렸다. 당시 SSG가 2-7로 뒤진 7회초. 1사 후 정준재가 좌중간 안타로 출루한 뒤 폭투 때 2루까지 갔다. 후속 최정은 중견수 플라이 아웃.
이어 김재환이 두산 투수 양재훈을 상대로 0-2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3구째 한가운데 속구(147km)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했다. 김재환의 시즌 3호 홈런. 친정팀에 비수를 꽂자, 잠실벌은 SSG 팬들의 뜨거운 함성과 두산 팬들의 차가운 야유가 교차했다.


10일은 SSG와 두산의 주말 잠실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였다. 위닝시리즈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상황. 하지만 이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서 김재환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멀티안타에 이어 홈런까지 터트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김재환을 왜 제외한 것일까. 이 감독은 10일 경기에 앞서 "앞서 (김재환이) 2군으로 내려가기 전에는 삼진이 적고 볼넷이 많았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스윙을 한다. 하체에 리듬이 생기면서 타격 순간, 잘 맞고 있다. 저는 좋게 보고 있다. 이제 안정감 있게 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이어 "다만 이번에는 우선 쉬고, 뒤에 대기할 것이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상대 선발(좌완 잭로그)도 고려했고, 그동안 쉼 없이 너무 달려왔다. 정신적인 측면도 있다. 어쨌든 본인도 뭐 괜찮다, 괜찮다고 하지만 괜찮겠는가. 감독 입장에서는 우리 선수를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생각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밀어붙였을 텐데, 요즘 친구들은 그렇지 않더라"고 전했다.
그렇게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김재환. 그리고 SSG가 1-3으로 뒤진 8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6번 채현우 타석 때 SSG가 승부수를 던졌다. 대타 김재환의 투입. 그러자 1루 쪽 관중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두산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마운드에 서 있는 두산 투수는 클로저 이영하. 이영하는 초구 슬라이더를 뿌렸으나 높은 바깥쪽으로 크게 빠졌다. 이어 2구째부터 4구째가 던진 속구 역시 모두 같은 코스로 향하며 스트레이트 볼넷이 됐다. 그러자 또 한 번 야유가 나왔다.
경기 후 만난 이영하는 이 순간을 돌아보며 "사실 (김)재환이 형과 승부하면서 초구부터 들어가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좀 힘이 들어간 것 같더라. 9일 삼진(9회 2사 후) 잡은 기억도 있었고, 힘을 뺄 때 결과가 최근 좋았는데, 힘이 들어갔다"면서 "볼카운트가 2-0이 되면서, 사실 만약 맞으면 큰 타구가 나오니까 다음 타자와 승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영하는 "같은 팀에 있을 때 워낙 제가 따랐던 형이다. 또 저를 많이 챙겨줬던 형이라 지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걸 저도 모르게 신경 쓰는 것 같다. 안 쓰는 것 같으면서도 깊숙한 곳에 그런 게 있어서, 힘이 좀 들어간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2008년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은 지난 시즌까지 무려 18년 동안 두산의 원클럽맨으로 잠실 그라운드를 누볐다. 2021시즌 종료 후에는 계약기간 4년, 계약금 55억원, 연봉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 등 총액 115억원의 조건에 두산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계약기간이 끝난 뒤 두산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팀을 떠났다. 그를 맞이한 팀은 SSG. 2년 최대 22억원의 조건에 도장을 찍고 이적했다. 그리고 이적 후 처음 치른 친정 팀과 원정 경기. 사흘 내내 두산 팬들의 야유가 그를 휘감았다. 과연 그를 향한 야유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두 팀의 다음 3연전은 7월 7일부터 9일까지 역시 잠실구장에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