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년 만의 황금사자기 결승을 견인한 대전고 2학년 에이스 한규민(17)이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대전고는 16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충암고에 4-10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팀 평균자책점 1.57로 탄탄했던 마운드가 무너진 것이 컸다. 선발 황지형이 ⅔이닝 3실점, 윤상현이 1이닝 2실점, 기대했던 안태건마저 2⅔이닝 5실점(3자책)으로 충암고 타선을 버티지 못했다.
한규민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 한규민은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8, 18⅔이닝 9사사구(8볼넷 1몸에 맞는 공) 15탈삼진 4실점(1자책)으로 대전고의 결승 진출 1등 공신이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감투상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만난 한규민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 결승까지 오는 데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다행이다. 나 혼자였다면 절대 못 했을 성과다. 결승전은 처음이었는데,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정말 잘한 거라 생각한다. 모두가 간절하게 노력해서 얻은 성과"라고 아쉬움을 털어냈다.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대전고는 대회 1차전부터 전년도 우승팀 성남고를 만나는 등 대진운이 유독 좋지 않았다. 성남고에 5-4 진땀승을 거뒀고 원주고에 9-4 승리하며 16강부터 부산고를 만났다. 8강에서는 전국대회에서 만나면 고전했던 청담고를 8강에서 만나 7-3 승리, 고교 명장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에 4-2 신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가장 까다로웠던 상대가 부산고다. 부산고는 메이저리그(ML)의 주목을 받는 3학년 좌완 에이스 하현승(18)을 앞세워 전국대회 우승을 노린 팀이었다. 예상대로 치열한 경기였다. 하현승이 4회부터 올라와 5이닝 7탈삼진 무실점의 위력적인 투구를 보인 가운데, 한규민은 5회부터 경기 끝까지 1실점(0자책)으로 버텨 2-1 승리를 이끌었다.
한규민 역시 "부산고와 16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내 몸도 지쳤고 컨디션도 안 좋았는데 걱정도 많이 했다. 상대팀에 잘하는 선수도 많아서 힘들었다"라며 "부족함을 많이 느낀 것 같다. 체력도 조금 올리고 제구도 더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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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아쉬움과 별개로 한규민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자신의 이름을 전국에 알렸다. 주말리그부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면서 이번 대회까지 11경기 6승 무패 평균자책점 0.67로 초고교급 성적을 내고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5㎝ 몸무게 83㎏으로 다소 마른 체격의 한규민은 최고 시속 147㎞ 빠른 공이 강점이다. 일찌감치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도 받았다. 체인지업, 서클체인지업, 스위퍼, 슬라이더, 커브 5개 변화구를 구사한다. 직구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고 스위퍼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낸다. 1학년부터 쌓은 경험으로 경기 운영 능력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Next-Level Training Camp의 일환으로 올해 1월 초 다녀온 미국 IMG 아카데미 연수도 그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한규민은 "미국에 가서 체인지업을 정말 많이 배운 것 같다. 그립이나 던지는 법을 바꾸고 만들기도 하면서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내가 공을 잡으면 (구종) 하나씩 다 던져보는 스타일이다. 스위퍼도 그렇게 던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한규민은 "아직 잘 던졌다고 느낀 경기가 단 한 번도 없다. 내 기준을 채우려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구속도 더 올려 언젠가 시속 155㎞도 던져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롤모델은 한화 문동주 선수다. 난 좌완이긴 하지만, 문동주 선수의 경기 운영이나 포커페이스인 부분을 닮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