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정승우 기자] '공동응원'은 준비됐지만, 정작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거리를 뒀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을 치른다. 승리 팀은 멜버른 시티-도쿄 베르디 벨레자 승자와 23일 결승에서 만난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국내 방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 선수단 방남 자체도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처음이다. 희소성은 큰 관심으로 이어졌다. 수원종합운동장 7000여 석은 사실상 매진 단계에 접어들었고, 취재 신청 인원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
문제는 경기보다 경기 외적인 논란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시민평화포럼, 자주평화통일연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 개 단체는 '수원FC위민-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단'을 결성했다. 이들은 양 팀 모두를 응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약 3억 원 범위 내에서 응원 물품 등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왜 대한민국 팀이 아닌 북한 팀 응원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야 하느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경기는 친선전이나 교류전이 아니다. 패하면 탈락하고 이기면 결승으로 가는 AFC 공식 클럽 대항전이다. 수원FC 위민은 지난해 조별리그부터 결승 진출을 목표로 대회를 준비해왔다. 그런데 경기 분위기는 수원FC 위민의 역사적인 도전보다 북한 팀 방남과 공동응원 논란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통일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15일 OSEN과 통화에서 "지원금은 민간 단체들의 응원 물품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 특정 팀 응원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응원하는 취지"라며 "이번 경기를 남북 소통의 계기로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동응원단은 "공식 응원 명칭은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 응원’이다. 승패를 떠나 스포츠의 양대 정신인 '페어 플레이'와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또 "결승전에 어느 팀이 올라가도 응원하겠다", "양 팀 모두의 선전을 응원한다"라고 밝혔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의 성격을 고려하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골 하나에 결승행이 갈리는 대회에서 "승패를 떠나"라는 표현은 현장의 승부 감각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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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고향도 공동응원에 호응하지 않았다.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유일 내고향 감독은 공동응원단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리는 여기에 철저히 경기를 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게 될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다.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감독 본인 모두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혈세 지원 논란까지 부른 '공동응원'을 북한 팀 스스로도 사실상 외면한 셈이다.
기자회견 분위기도 차가웠다. 리유일 감독과 주장 김경영은 굳은 표정으로 입장했다.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관계자와 통역도 함께 자리했다. 리 감독은 "좋은 성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반복했고, 김경영도 "준비를 잘했다", "최선을 다하겠다" 정도의 짧은 답변만 남겼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보도에 따르면 AFC 관계자가 추가 질문을 받으려 했지만 리유일 감독이 종료를 요구했고, 질문 하나만 더 받는 선에서 기자회견은 빠르게 마무리됐다.
AFC 역시 이번 대회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AFC는 이번 대회가 정치적 해석이 아닌 순수한 스포츠 행사로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축구는 시작 전부터 논란에 가려졌다. 수원FC 위민의 역사적인 준결승, 그리고 결승 진출 도전이 주인공이 돼야 할 무대다. 하지만 '공동응원'과 예산 지원 논란, 여기에 북한 팀의 냉담한 반응까지 더해지면서 수원종합운동장은 경기 전부터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