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보다 공 2.5개 넓은 ABS존, 왜 한국 투수들은 '볼볼볼볼' 남발할까 [김인식의 한마디]

ML보다 공 2.5개 넓은 ABS존, 왜 한국 투수들은 '볼볼볼볼' 남발할까 [김인식의 한마디]

신화섭 기자
2026.06.1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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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 전 감독은 KBO리그의 ABS존이 메이저리그보다 넓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제이콥 미저라우스키와 오타니 쇼헤이 등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좁은 스트라이크존에서도 기본을 지키며 적은 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투구 시 파워 포지션이 귀를 벗어나지 않고 눈을 목표에 집중하는 기본기를 실천하며 연습량을 늘려야 제구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최형우가 지난 4월 14일 대전 한화전 9회초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가고 있다.(사진 속 인물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타뉴스
삼성 최형우가 지난 4월 14일 대전 한화전 9회초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1루로 걸어나가고 있다.(사진 속 인물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스타뉴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에서 핫한 투수로는 4명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밀워키의 우완 제이콥 미저라우스키(24·7승 2패 평균자책점 1.50·이하 한국시간 11일 현재 성적). 패스트볼 구속이 보통 100마일(161㎞)을 넘어 103마일(166㎞)까지 나온다. 지난 7일 콜로라도전에 선발로 나와 3회까지 27구, 5회까지는 단 60구만 던졌다(최종 98구, 7이닝 1실점 비자책 승리). 볼넷은 4회에 딱 1개만 내줬다.

다음은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32·6승 2패 평균자책점 1.06)로 올해는 포심 패스트볼과 스위퍼를 많이 던진다. 과거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만났을 때 최고 구속이 98마일 정도였는데 요즘엔 100마일을 쉽게 넘는다.

세 번째는 피츠버그의 우완 폴 스킨스(24·6승 5패 2.84). 구속은 98~100마일 정도인데 워낙 힘이 세고 공의 움직임이 좋은 투수다.

마지막으로는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한국과 8강전(5이닝 2피안타 무실점)에서 던진 필라델피아의 크리스토퍼 산체스(30·8승 2패 1.54)다. 왼손 투수임에도 좌타자에게 몸쪽으로 싱커를 꽂아 넣는다.

이들 4명의 공통점은 볼넷이 적다는 것이다. 미저라우스키는 78이닝 22개, 오타니는 67⅔이닝 21개, 스킨스는 76이닝 15개, 산체스는 93⅓이닝 18개에 불과하다. 계속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맞혀 잡는 투구를 했다는 뜻이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

이제 한국프로야구로 눈을 돌려보자. 필자가 볼 때 KBO리그의 ABS존은 ML의 스트라이크존과 비교해 좌우와 위로는 공 한 개씩, 아래로는 한 개 반 정도 더 넓다. 상하로는 공 2.5개 차이로 넓은 것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위에 열거한 ML 투수들은 좁은 스트라이크존에도 완벽한 제구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16승을 올린 라이언 와이스(30)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 휴스턴에서 무승 3패, 평균자책점 7.62로 고전하는 이유도 스트라이크존이 한국에 비해 좁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는 9경기에서 26이닝을 던지며 20개의 볼넷을 내줬다. 작년 한국에서 178⅔이닝 동안 56개의 볼넷만 허용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역시 한화에서 지난해 17승을 따낸 코디 폰세(32·토론토)가 부상에서 완쾌해 돌아온 뒤 어떤 투구를 보여주느냐를 지켜보면 스트라이크존 변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이 넓음에도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10일 현재 305경기에서 2368개의 볼넷이 쏟아졌다. 경기당 양팀 합해 7.8개에 달한다. 몸 맞는 공(345개)까지 포함하면 총 2713개의 사구(경기당 8.9개)를 남발하고 있다.

특히 중간 투수들의 제구가 엉망이어서 몇 점씩 이기다가 후반에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한 팀이 1이닝 동안 5개의 볼넷을 허용한 것도 봤다.

대체 왜 그럴까. 먼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한쪽 다리를 드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뒷다리에 힘을 모으기 위해서다. 이렇듯 투수는 다리와 무릎, 허리, 팔꿈치, 어깨, 손목에 이르기까지 힘을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투구 때 가장 큰 힘을 모으는 '파워 포지션'이 던지는 쪽의 '귀'를 중심으로 35~40㎝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점이다. 투수마다 유형은 각양각색이지만, 오버 핸드이든 사이드암이든 팔꿈치를 구부리는 순간 귀 옆을 지나가게 돼 있다. 내야수들이 송구를 할 때 손을 귀쪽으로 올려 던지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스타뉴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사진=스타뉴스

다음은 '눈'이다. 공이 들어가는 위치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곳을 쳐다보고 던진다. 지도자들도 투수 본인들도 다 안다고는 하지만 말로만 그럴 뿐 실천을 하지 못한다. 투구 영상을 찍어 확인을 해보라.

앞서 언급한 ML 투수 4명 모두 눈은 똑바로 포수 쪽을 바라 보고 팔 스윙도 귀를 거쳐 앞쪽으로 향한다. 투수의 기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연습 때 공을 더 많이 던져야 한다. 필자가 과거 동국대 야구부 감독을 할 때 학교 농구부의 훈련을 본 적이 있다. 매일 선수들이 새벽부터 나와 500개씩 슛을 던진다. 골을 넣으려면 눈을 림에 집중해야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린에서 공을 홀컵에 넣으려면 하루 수백 번씩 퍼팅 연습을 해야 한다. 어릴 때 구슬치기 같은 것을 하더라도 눈을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귀'와 '눈'의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엉뚱한 데로 갈 수밖에 없다.

현장 지도자들에게 당부한다. 아마추어에서는 투수들이 훈련 때 공을 좀더 많이 던지도록 해야 한다. 프로에서는 경기 운영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 어떤 승부, 이런 볼카운트에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등을 철저하게 알려주길 바란다.

/김인식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현 KBO 원로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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