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왜 대표팀의 대체 불가한 핵심인지를 증명해 냈다. 그동안 그에게 쏟아졌던 일부 가혹한 비판들을 실력으로 완전히 잠재운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후반전 선제 실점을 극복하고 황인범의 동점골과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대역전승을 거뒀다.
과거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황인범은 대표팀의 황태자이자 키플레이어로 활약했다.
다만 황인범이 맡은 포지션은 늘 가혹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기 일쑤였다. 중원에서 모험적인 전진 패스를 쉼 없이 찔러 넣어야 하는 포지션 특성상, 덜 다듬어졌던 예전에는 패스 미스가 나올 때마다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실수가 나오면 곧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팀의 공격 활로를 열어야 하는, 어쩌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혹한 자리에서 묵묵히 버텨온 셈이다.
그러나 황인범은 흔들리지 않고 성장을 거듭했다. 시간이 흐르며 플레이메이킹은 한층 더 노련해졌고, 여기에 정확성까지 더해졌다. 특유의 엄청난 활동량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한 채, 이제는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정교함까지 갖춘 완성형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이번 체코전은 황인범의 진화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경기 내내 시도 때도 없이 공간을 찾아다니는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체코 중원을 흔들더니,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백미는 환상적인 동점골이었다. 황인범은 후반 22분, 중앙과 측면 수비 사이 공간으로 절묘하게 파고들더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정교한 패스를 이어받았다.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침착한 접기 동작으로 상대 수비와 골키퍼를 완벽히 속여낸 뒤, 감각적인 오른발 칩슛으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인범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35분에는 빈 공간을 찾아 측면으로 빠르게 쇄도한 뒤, 한발 빠른 전개로 크로스를 올려 오현규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혼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2-1 대역전극을 홀로 지휘한 것이다.
체코전 1골 1도움은 한국 축구 역사 대기록이다. 황인범은 최순호가 1986년 이탈리아를 상대로, 1994년 홍명보 감독이 스페인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 역사상 세 번째로 단일 경기 1골 1도움을 올린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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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역전극 영웅이 된 황인범은 "사실 내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하는 게 익숙하지는 않은 선수"라며 미소짓더니 "공간이 있어서 침투를 했는데 이강인이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 한 번에 때리기에는 골키퍼가 워낙 신체 조건도 크고 각도가 없다고 판단해서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 번 접었는데 다행히 속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인범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그런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으면서도 자랑스럽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간 자신에게 쏠렸던 주변의 기대와 비판 섞인 부담감에 대해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황인범은 "부담은 전혀 안 된다. 내가 부담되면 (손)흥민이 형, (이)강인이, (김)민재 같은 선수들은 부담감 때문에 축구를 못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하며 "경기장에서 항상 좋은 모습과 안 좋은 모습을 다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축구 선수라고 생각한다. 주위에 있는 동료들이 내가 가진 장점들을 살릴 수 있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부담을 이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