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통한의 실점이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수문장 김승규(36·FC도쿄)가 뼈아픈 실수로 고개를 숙였다. 이날 한국 골문을 번번이 지켜낸 '슈퍼 세이브' 역시 빛이 바랬다.
김승규는 1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멕시코전에 선발 출전해 3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후반 5분 단 한 번의 실수 탓에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 체코전에서도 선방쇼를 펼쳤던 김승규는 이날 2차전 멕시코전 역시 골문을 지켰다. 전반 20분엔 상대 헤더를 선방해 내며 존재감을 보였다. 문제는 후반 5분 장면이었다. 측면 크로스를 이기혁(강원FC)이 문전 헤더로 걷어낸 공이 높이 튀어 오른 상황이었다.
골문을 지키고 있던 김승규는 높이 튀어 오른 공을 잡기 위해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 다만 상대와 공중볼 경합 직후 이기혁의 시선 역시 높이 튀어 오른 공에 향했다. 이기혁은 김승규가 공을 잡기 직전에야 몸을 웅크렸다. 정면에서 상대 선수가 다가오고 있던 상황이라, 자리를 피하기도 애매했다.
점프해서 공을 잡으려던 김승규는 그러나 중심이 무너지면서 공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불안정한 캐칭 속 이기혁과 충돌이 일어나면서 공을 완전히 놓쳤다. 문전에 있던 루이스 로모(치바스)가 흐른 공을 놓치지 않았다. 김승규가 비우고 나온 골문에 차 넣었다. 내주지 않아도 될, 통한의 실점이었다.
실점 직후 김승규는 이기혁에게 크게 화를 냈다. 이기혁이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탓에 자신이 공을 놓쳤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만 이기혁의 동작으로 봤을 때, 많은 관중들과 맞물려 김승규 골키퍼의 콜 자체를 뒤늦게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다른 멕시코 선수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로서 무조건 공간을 열어주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보다 이기혁과 충돌 직전부터 김승규는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사실상 흘린 상황이었다. 골문을 비우고 나온 만큼, 공을 완전하게 잡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펀칭 등 더 확실하게 공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기도 했다. 이날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중계를 맡은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 마틴 키언도 "골키퍼의 끔찍한 실수"라며 "팀 동료가 방해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을 꼭 잡았어야 했는데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도 김승규의 실수 장면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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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실점 이후 김승규의 결정적인 선방 2개가 나왔으나, 통한의 실점 탓에 빛이 바랬다. 실제 김승규는 후반 30분 골 에어리어 왼쪽에서 맞선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프턴)와 일대일 위기 상황을 몸을 날려 쳐냈다. 후반 40분 오베드 바르가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 역시 쳐냈다. 두 장면 모두 그야말로 '슈퍼 세이브'였다. 다만 끝내 동점골이 나오지 않으면서 경기는 한국의 0-1 패배로 끝났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그라운드 안에서 콜플레이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아직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서로 공 처리를 미루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사인이 맞지 않아 실수가 나왔던 것 같다"면서 "결과가 참 아쉽다.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고 생각한다. 선제 실점 장면이 아쉽기는 해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남아공과 무승부 이상을 거두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지만, 패배할 경우 같은 시각 멕시코-체코전 결과에 따라 탈락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