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기 내내 불운에 시달렸던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제레미 비슬리(31)가 후반기에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비슬리는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롯데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비슬리는 직구(32구), 스위퍼(31구), 커터(20구), 포크(12구) 등 총 95개를 던져 긴 이닝을 소화했다.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153㎞. 실점한 3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좌타자 몸쪽 낮게 떨어지는 포크와 커터가 주효했고, 스위퍼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헛스윙을 끌어내는 결정구 역할을 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비슬리는 "좋은 경기였다. 경기 전 손성빈과 확실한 플랜을 가지고 들어갔고, 그걸 경기 안에서 잘 실행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가장 컸던 건 마운드 위에서 조금 더 편하게 던진 점이었다. 그동안 스스로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런 부담을 덜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5월 13일 부산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52일 만의 승리였다. 그간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6월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배탈 이슈로 4이닝 소화에 그치는가 하면, 6월 28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는 공이 손에서 빠지며 헤드샷 퇴장을 당했다.
이에 비슬리는 "최근 두 경기는 조금 이상했다. 한 경기는 건강에 문제가 있었고, 지난 등판은 본의 아니게 일찍 내려가게 됐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준비할 때는 내가 가진 100%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마운드 위에서도 다른 선수가 되려 하지 않고, 나답게 던지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로써 비슬리는 KBO 리그 첫 전반기를 16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4.48, 84⅓이닝 97탈삼진으로 마쳤다. 비슬리와 엘빈 로드리게스는 시작 전부터 시속 155㎞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원투펀치로 지난해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 한화 이글스 외국인 듀오만큼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 기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 그 배경에는 불운도 어느 정도 존재했다. 한국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을 뜻하는 BABIP이 비슬리는 무려 0.378로 리그 1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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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리는 "내가 숫자를 좋아해서 그런 사실도 다 알고 있다. 솔직히 경기를 보면 텍사스 안타 같은 빗맞은 안타들이 나오고 운이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 걸 보면 '왜 이런 일이 생기지?'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야구의 일부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경기 후 스코어보드에 찍힌 점수다. 빗맞은 안타로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그 주자가 득점하지 못하게 막는 게 내 임무다. 나는 코칭스태프, 뒤에 있는 야수들의 수비, 그리고 손성빈을 믿는다. 운이 안 좋아 생긴 결과가 많이 있었지만, 언젠가는 숫자도 따라올 거라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그 믿음의 근거에는 차츰 손발이 맞아가는 손성빈과 호흡도 있다. 비슬리는 "투수라면 누구나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는 포수를 믿어야 한다(You've just got to trust your catcher in that way). 그런 상황에서 손성빈과 이야기하면서 타자들의 반응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손성빈도 올해가 돼서야 주전 포수로서 본격적으로 나오는 6년 차지만, 비슬리는 그 경험을 신뢰했다. 비슬리는 "손성빈이 굉장히 영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KBO에서 경험도 나보다 많기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굉장히 잘 이해한다. 타자들의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 조정하는 능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이어 "물론 내가 사인을 거절할 때도 있다. 그건 그 순간 그 공이 특별히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손성빈이 보지 못한 부분을 봤다고 생각할 때다. 그게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게임을 운영해 나가는 측면에서는 손성빈을 굉장히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이미 3년을 경험했지만, 한국프로야구는 또 달랐다. 비슬리는 지난 4개월의 전반기를 롯데와 KBO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정의했다. 비슬리는 "나는 마운드 위에 있을 때 늘 자신감이 있다. 쉽게 흔들리는 편도 아니다. 전반기를 놓고 보면 솔직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조금도 잃지 않았다. 리그를 옮기면 누구에게나 적응 기간이 있다. 나도 그 과정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해 온 것을 계속하려 한다. 세부 지표들은 운이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해준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난 지금 행복하고 자신감도 있다. 뒤를 돌아봤을 때 내 뒤에 있는 야수들을 보는 것도 좋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만큼 나도 이 팀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주변 사람들을 믿고, 나 자신을 믿으면서 계속 던진다면 우리에게 좋은 후반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