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스 히딩크(80)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단 열흘 만에 파격적인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한 한국의 추진력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축구 전문 '포포투'는 4일(현지시간) 히딩크 감독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히딩크 감독과 한국의 첫 만남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였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훈련 시간을 15분 초과해 사용했다. 그는 "항의 대신 사이드라인에서 조용히 대기하던 한국 대표팀의 모습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를 엿봤다"고 회상했다.
본격적인 인연은 프랑스 월드컵 2년 뒤인 2000년 11월 시작됐다. 당시 가삼현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히딩크 자택 맞은편 호텔로 찾아와 만남을 요청했다. 이어 가삼현 전무는 2002 한일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고 감독직을 제안했다.

그러자 히딩크 감독은 당시 월드컵 본선 승리가 없던 한국에게 세 가지 조건을 역제안했다. 첫째, 국가대표팀을 클럽팀처럼 운영하기 위한 1년 이상의 장기 합숙 훈련 보장이었다. 둘째, 동남아시아 약체팀이 아닌 세계적 강호들과 친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막대한 해외 원정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강팀과 부딪히며 한계를 경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셋째, 30대 중반 노장 선수 위주의 명단을 갈아엎는 전면적인 세대교체였다.
히딩크 감독은 "솔직히 처음엔 한국의 제안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제안이 수용될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열흘 뒤 가삼현 전무는 다시 히딩크를 찾아와 장기 소집과 원정 예산 편성 등 모든 요구 사항을 수용했다고 계약서를 내밀었다"고 털어놨다.
당시를 떠올리며 히딩크 감독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놀랐다"며 "무언가를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한국의 엄청난 열망과 결단력이 나를 자극했고, 결국 서울행 모험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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