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카라스코(39)가 자신을 위해 등번호를 선뜻 바꿔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카라스코는 2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처음 계약했을 때 팀에서 어떤 번호를 원하는지 물어봤다. 나는 당연히 59번을 말씀드렸다. 59번이 박준성 선수 번호인 건 오늘(28일) 여기 오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59번은 카라스코가 200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서 데뷔할 때부터 프로 17년 차인 현재까지 줄곧 달던 번호다.
지난 22일 총액 36만 달러(약 5억 원)에 LG로 합류해서도 바뀌지 않았다. 카라스코는 MLB에서만 112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2017년에는 18승으로 개인 최다이자 MLB 전체 다승 1위를 거뒀을 정도로 저명한 선수.
그런 카라스코의 바람을 위해 무려 3명의 선수 및 코치가 기꺼이 자신의 등번호를 바꿨다. 가장 먼저 2026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8번의 신인 박준성(19)이 59번에서 60번으로 변경했다. 기존 60번의 서영준(20·2025년 5R)은 87번으로 바꿨고, 안익훈(30) LG 잔류군 수비·주루코치가 기존 87번에서 100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했다.
이 모든 소식을 뒤늦게 들은 그는 "나 때문에 다른 세 명의 선수가 번호를 바꿨다고 들었다. 일단 박준성 선수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만나서 물어보려 한다. 좋아하는 걸 선물해 줘야 선물이다. 59번이라는 등번호는 내게 너무 특별하고 소중한 번호여서,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LG 선수단의 환대도 카라스코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겼다. 그는 "처음 느낀 LG 팀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 라커룸에서 한 명씩 내게 모두 개인적으로 인사를 하러 왔는데, 서로에 대한 존중이 팀 문화에 스며든 것 같아 좋았다. 나는 팀 단합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도 할 수 있는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싶고, 그런 모습을 클럽하우스에서 봤다"고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 온 외국인 선수 중 이름값만 놓고 보면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카라스코는 추신수(44) SSG 랜더스 구단주 보좌와 클리블랜드에서 함께 활약하며 전성기를 이끌어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했다. 카라스코는 "이런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내 커리어에 있어 좋은 기회라 생각해 한국에 왔다. LG가 나를 필요하다는 걸 많이 어필했고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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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에서 뛰었던 과거 동료들의 추천도 한국행에 한몫했다. 카라스코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애덤 플럿코 등 한국에서 뛰었던 많은 친구가 KBO 리그의 장점을 소개해줬다. 플럿코와는 2016~2017년에 클리블랜드에서 함께 야구했고, 엘리(에르난데스)는 올해 애틀랜타에서 같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은 내게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 한국 야구는 1회부터 9회까지 팬들이 멈추지 않고 응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들었다. 그런 응원 덕분에 한국에서의 시간이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남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도 빅리그에서 활약했던 현역 선수인 만큼 기대도 크다. 그와 동시에 많은 나이와 저조한 구속 탓에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에 카라스코는 "긴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압박과 부담감 속에도 어떻게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배웠다. 그런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낼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의 기대감은 부담보다는 좋은 설렘으로 다가온다. 팬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야구할 수 있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야구를 할 수 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자마자 한국의 무더위를 마주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카라스코는 "미국의 여름도 만만치 않게 덥다. 또 야구는 추운 날씨에 시작해 더운 날씨를 거쳐 선선한 날씨에 마무리된다. 그런 시즌을 오랫동안 반복해 치렀기 때문에 이겨낼 방법을 안다"라며 "한국에 들어와 서울이란 도시를 사흘 정도 경험했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 온 가장 큰 이유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다. 오늘 팀 동료들을 만나며 열정과 사랑을 느꼈다"고 웃었다.
미국에서 하지 못한 우승을 한국에서 하고자 했다. 카라스코에게 17년의 긴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도 MLB 다승왕을 했던 2017년이 아닌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던 2016년이었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시카고 컵스에 3승 4패로 패해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카라스코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2016년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다. 우승 반지를 거의 손에 넣을 수 있는 순간까지 갔기 때문에 내 커리어가 끝날 때까지, 야구를 그만둔 뒤에도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아쉬움을 올해 LG 우승으로 풀고 싶은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게 내 목표"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기 위해선 카라스코의 역할이 중요하다. 후반기 들어 LG는 투·타가 모두 무너지며 2승 8패로 최하위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스레 1위에서 3위로 주저앉았고, 어느새 1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도 5경기로 벌어졌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후반기 10경기 평균자책점 8.22로 압도적 꼴찌의 선발진이다. 9위 KIA 타이거즈의 6.75와도 현격한 차이. LG는 카라스코가 풍부한 경험을 살려 선발진에 무게감을 실어주길 기대한다.
카라스코는 "타자들의 습성을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 장점 중 하나는 타자들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타자들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내 투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 미국에서 배웠던 피칭을 그대로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진한 선발 동료들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카라스코는 "시즌 중에는 항상 업 앤드 다운이 있다. 그런 순간을 통해서도 배우는 것이 프로 선수다. 지금의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우리 팀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배워왔고 가지고 있는 피칭을 보여드릴 계획이다. 내 투구와 경험이 다른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것을 팀원들에게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