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에서 '배구 황제' 김연경(38)이 뛰는 모습을 보고 배구공을 잡았던 소녀가 한국 여자배구 기대주가 됐다. 그 주인공은 중앙여고 미들블로커 박서윤(17)이다.
박서윤은 최근 서울 중앙여고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배구에 관심이 있었다. TV를 보다가 김연경 선수와 국가대표 언니들이 경기하는 걸 보고 너무 멋있어서 배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장 시작하기에는 너무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렸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추계초로 전학 와 본격적으로 배구공을 잡았다. 운동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장신인 부모님 덕분에 박서윤의 키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미 167㎝였다. 이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194㎝까지 컸다.
박서윤은 또래에서 보기 드문 신체조건과 기동력을 갖춘 미들블로커다. 빠른 속공에 안정적인 기본기까지 갖춰 중앙여중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손서연(16·선명여고)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재목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에는 스타뉴스 주최·주관 '2025 퓨처스 스타대상'에서는 배구 부문 미래스타상을 수상했다.
큰 키만 강점인 선수가 아니다. 중앙여고 진학 후에는 그 장점을 실제 경기력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동공격과 속공,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장윤희(56) 중앙여고 감독은 "(박)서윤이가 1학년 때는 신장이 워낙 크다 보니 파워나 움직임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몸이 많이 짱짱해졌다"라며 "움직임이 훨씬 경쾌해지고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박서윤 역시 자신의 장점을 소개해달란 말에 "일단 키가 크니까 높이가 강점인데, 키에 비해 느리지 않다"라며 "중학교 때보다 이동공격이나 속공, 움직임 같은 부분이 많이 늘었다"라고 전했다.
올해는 학교와 대표팀에서 모두 한 단계 더 성장했다는 평가다. 그 성장세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가 국가대표였다. 박서윤은 지난 7월 태국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18세 이하(U-18) 대표팀의 주장으로 나서 19년 만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베스트 7에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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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윤은 "지난해 언니들의 리드에 따라가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리드를 하면서 애들을 끌고 가야 했다"라며 "그렇게 하면 내가 더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잘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책임감은 대회 중에도 유망주를 쑥쑥 성장하게 했다. 박서윤은 "세터가 흔들렸을 때 '그냥 나한테 자신 있게 올리면 내가 다 알아서 위에서 득점 내겠다'고 했다. 이번 대표팀이 고루고루 잘하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렇게 서로 믿음을 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잘 풀어갈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결승에서는 중국의 장신 선수들과 맞섰다. 국내에서는 자신의 높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비슷한 신장의 선수들과 네트를 사이에 두고 싸워야 했다. 박서윤은 "비슷한 높이에서 하니까 처음에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블로킹이 보였고, 블로커를 이용해서 쳐낼 수도 있었다. 기술적으로 더 많이 늘었다"고 웃었다.

대표팀에서 얻은 자신감과 경험은 소속팀에서도 이어졌다. 중앙여고는 지난 6일 충북 제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IBK기업은행배 전국중고배구대회 18세 이하 여자부 결승에서 선명여고를 세트 점수 3-1로 꺾고 시즌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3월 춘계연맹전과 5월 종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두 차례 선명여고에 패했던 아픔까지 털어냈다.
돌아보면 달라지는 제자의 성장 비결로 장윤희 감독은 건강과 열정을 꼽았다. 성장기 장신 선수에게 부상 없이 꾸준히 훈련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장 감독은 "(박)서윤이의 장점은 안 아픈 것이다. 어머니가 어릴 때부터 관리를 정말 잘해주셨다. 아픈 데가 없으니 훈련도 더 할 수 있고, 본인 스스로 노력도 굉장히 많이 한다"고 칭찬했다.
욕심도 남다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경기력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면 누구보다 속상해한다고. 장 감독은 "운동하는 선수에게 욕심은 필요하지만, (박)서윤이는 조금 남다르다. 경기에 너무 몰입해서 흥분할 때도 있고, 자기가 생각한 만큼 안 되면 굉장히 속상해한다"고 미소 지었다.
그렇게 몰입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을 때, 아직 열일곱 살 선수다운 설렘이 묻어났다. 박서윤은 "랠리 중 어려운 순간에 제가 공을 때려서 득점이 났을 때 정말 짜릿하다. 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렵게 공을 살리고, 그게 득점까지 이어졌을 때 가장 재미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194㎝라는 숫자 때문에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웃사이드히터나 아포짓 스파이커 등 다양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장 감독은 신중한 입장이다. 리시브 등 기본기를 갖춘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지금은 박서윤이 가진 높이와 기동력, 기술을 차근차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선수 자신도 아직 더 배울 것이 더 남았다는 쪽이다. 특히 세계 무대를 경험하면서 아직 부족함을 느꼈다. 박서윤은 "이번 아시아대회에서 블로킹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계 대회에 가면 더 큰 선수들이 많다. 블로킹 리딩도 더 늘었으면 좋겠고, 이번에 많이 보여주지 못했던 이동공격도 더 맞춰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을 바라보고 자란 소녀는 이제 다른 선수들의 장점도 흡수하고자 한다. 박서윤은 "원래 김연경 선수만 이야기했었는데, 미들블로커로서 우리 학교 (이)지윤 언니랑 (이)다현 언니도 롤모델로 삼고있다. 다방면으로는 IBK 기업은행의 최정민 언니도 본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윤 언니 지난 시즌 프로 경기는 다 봤는데 멘탈 기복이 별로 없고 속공 타이밍과 배구 센스가 좋다고 느꼈다. 다현 언니는 임팩트 있게 때리는 부분, 정민 언니는 센터뿐 아니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적인 부분이 장점이라 배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