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대구, 손찬익 기자] “지난해처럼 50홈런을 치지 못하더라도 계속 좋은 타자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최근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그에게는 단순히 홈런 두 방을 터뜨린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디아즈는 지난 1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원맨쇼를 펼치며 삼성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월 8경기 타율 2할2푼6리(31타수 7안타) 4타점 2득점에 그쳤던 디아즈의 방망이가 모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첫 타석부터 손맛을 봤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1회 1사 1,3루에서 키움 선발 전준표의 150km 직구를 받아쳐 우중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키움의 추격으로 4-3까지 쫓긴 6회에는 또 한 번 해결사로 나섰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좌완 윤석원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8회 2사 2루에서는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날려 이날 자신의 5번째 타점을 올렸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디아즈의 날’이라고 해도 될 만큼 디아즈가 모든 걸 다 해결해준 경기였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디아즈에게도 마음속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털어낸 경기였다.
그는 “사실 그동안 복잡한 감정이 많이 들었고 스트레스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오늘 정말 기쁘다”며 “그래서 기도를 많이 했다. 기도할 때마다 항상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오늘 경기가 그 예시였던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 두 방의 느낌은 조금 달랐다. 디아즈는 “첫 홈런은 치자마자 넘어갔다는 걸 알았다.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았다. 경기를 시작하면서 홈런을 칠 수 있어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두 번째 홈런 때는 홈런을 노리지 않았다. 컨택에 집중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제가 잘 칠 수 있는 공이 들어와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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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즈는 지난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4리(551타수 173안타), 50홈런 158타점 93득점, 출루율 0.381 장타율 0.644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홈런과 타점, 장타율 1위에 올랐고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았다.
워낙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기에 올해도 끊임없이 지난해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124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480타수 143안타), 23홈런 111타점을 기록 중이지만 디아즈 스스로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성적과 비교했을 때 크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비정상적인 성적을 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비교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상대 투수들에게 항상 까다로운 타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과를 떠나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힘든 순간마다 주장 구자욱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디아즈에게 구자욱은 동료 이상의 존재다.
“구자욱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정말 가족 같은 선수”라고 표현한 디아즈는 “항상 제게 ‘욕심부리지 마라. 매번 홈런을 칠 수 없으니 경기를 즐겼으면 좋겠다’,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이제 안타도 항상 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자욱의 조언에 따라 경기를 즐기려고 노력한다”며 “지난해처럼 50홈런을 치지 못하더라도 계속 좋은 타자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아즈의 오른팔에는 네잎클로버 모양의 팔찌가 자리하고 있다. 아내가 최근 선물한 특별한 물건이다.
디아즈는 “아내가 최근 선물해준 건데 아내의 선물에는 항상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께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팬들께서는 제 아내가 저를 위해 얼마나 헌신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아내는 야구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팬들의 거센 비난에 익숙하지 않다.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의미가 담긴 이 팔찌를 단 한 번도 빼지 않았다. 샤워할 때도 착용한다”고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개인 기록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았다. 지난해 이미 홈런왕과 타점왕, 골든글러브 등 많은 것을 이뤘다. 지금 디아즈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삼성의 승리만 있다.
그는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는 하나도 없다. 지난해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어떻게 하면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정근 대표이사님을 비롯해 삼성 라이온즈 구성원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말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 개인 기록에는 정말,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의 ‘50홈런 타자’를 쫓는 대신 지금의 팀에 필요한 타자가 되겠다는 디아즈. 마음고생을 털어내듯 홈런 두 방을 터뜨린 그의 시선은 이제 개인 기록이 아닌 삼성의 가장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