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 찾아야" 美 야구 15년 교재 삼은 韓 야구, 이젠 우리만의 '뉴 노멀'이 필요한 때 [160㎞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④]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 찾아야" 美 야구 15년 교재 삼은 韓 야구, 이젠 우리만의 '뉴 노멀'이 필요한 때 [160㎞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④]

김동윤 기자
2026.09.20 09:41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다카하시 준이치 코치는 한국 야구가 지난 15년 동안 미국 야구를 교재로 삼아왔으나 이제는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형준 트레이너는 한국 아마야구의 제한된 훈련 시간과 인프라 등 시스템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지도자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환경적 한계를 언급했다. 결국 160km 강속구 투수 육성을 위해서는 특정 훈련법의 맹목적 도입보다 한국 선수들의 신체 조건과 훈련 환경에 맞는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U-18 대표팀이 4일 부산 기장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동의대와 최종 퍙기전을 가졌다.  대표팀 선발 하현승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제14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U-18 대표팀이 4일 부산 기장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동의대와 최종 퍙기전을 가졌다. 대표팀 선발 하현승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부산고 하현승이 부산고 내부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부산고 하현승이 부산고 내부에 위치한 컨테이너 박스에서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만의 새로운 오리지널 스타일을 찾았으면 합니다."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좋은 훈련법 하나를 들여온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 현장을 두루 경험한 다카하시 준이치(50) S&C 코치가 한국 야구에 던진 마지막 화두는 '한국만의 육성 방식'이었다.

다카하시 코치는 최근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선진 S&C 이론 및 실기 보급 강습회'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한국 야구는 지난 15년 정도 미국 야구를 하나의 교재처럼 삼아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것이 모두 한국 선수들에게 맞았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수들이 좋은 신체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유연성과 움직임, 연동성에도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봤다. 물론 이것만으로 '한국은 웨이트 트레이닝, 일본은 유연성'이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선수들을 지도해온 윤형준(39) 트레이너는 "한국에서도 웜업이나 움직임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팀에 따라 부족할 수는 있지만, 비슷한 목적의 훈련은 한다"며 조금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가 더 주목한 것은 한국 아마야구의 환경이었다. 한국 학생 선수들은 수업을 마치고 오후 3시 무렵에야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야간 조명을 갖춘 학교조차 주변 민원을 고려하면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오후 10시 안팎이다. 저녁 식사와 훈련 전후 정비 시간까지 제외하면 평일에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훈련 시간은 최대 5시간 남짓이다.

광주진흥고 선수들이 오후 3시 무렵 훈련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광주진흥고 선수들이 오후 3시 무렵 훈련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문제는 이 시간 안에 수십 명의 선수가 타격과 수비, 투구,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모두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5개의 전국대회와 연습경기가 평일 일정에 끼어들고 주말에는 주말리그까지 치른다. 선수와 지도자 입장에서는 당장 경기에서 필요한 기술 훈련을 우선할 수밖에 없고, 유연성이나 움직임처럼 당장의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초 훈련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기 쉽다.

그나마 하루 5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팀도 많지 않다. 학교 안에 정규 야구장이 없어 외부 시설을 찾아다니는 팀이 적지 않고, 자체 운동장이 있더라도 타격 케이지와 훈련 공간은 제한적이다. 그리고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 몫이다.

그렇게 제한된 환경에서 고교 야구부가 40~50명 규모이고 야수만 25명가량이라고 가정하면, 타격 케이지 3개에서 선수 한 명이 3분씩 훈련하는 데 한 바퀴만 돌아도 약 30분이 걸린다. 네 차례 타격 훈련을 하면 그것만으로 약 2시간이다. 여기에 캐치볼과 수비, 투구, 웨이트, 웜업까지 더하면 하루 훈련 시간이 빠듯해진다. 많은 아마야구 지도자들이 "훈련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배경이다.

윤 트레이너는 "한국 아마야구에선 워밍업과 정리운동, 식사 시간을 빼고 타격과 수비 훈련까지 하다 보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이 상황에서 스트레칭과 움직임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하지 않는 것을 지도자들의 인식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훈련 시설을 갖춘 경기 유신고 야구부 운동장. 평일 훈련시간 5시간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학교별로 야구장과 조명, 타격 시설 등 인프라 차이가 커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는 훈련 환경도 제각각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훈련 시설을 갖춘 경기 유신고 야구부 운동장. 평일 훈련시간 5시간을 온전히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교 중 하나다. 학교별로 야구장과 조명, 타격 시설 등 인프라 차이가 커 선수들이 활용할 수 있는 훈련 환경도 제각각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더 근본적으로는 '스트레칭이냐 웨이트 트레이닝이냐'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을 수 있다. 윤 트레이너는 "스트레칭을 하면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결'을 느끼기 좋은 것은 맞다"라면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도 같은 감각을 익힐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결국 목표는 같다. 자기 몸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필요한 순간에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좋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는 스트레칭을 이용하고 누구는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드릴을 활용할 수 있다. 선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뒤 적절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한국 야구도 이미 비슷한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8·LA 다저스)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도 그의 창 던지기 드릴이 관심을 모았지만, 선수마다 체격과 가동성, 투구 메커니즘이 달랐기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미국 IMG 아카데미를 경험한 국내 유망주들이 주목한 것 역시 특정 드릴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필요한 훈련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일본식 S&C도 마찬가지다. 다카하시 코치의 유연성·무브먼트 훈련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답이라면 그가 굳이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을 찾으라고 말할 이유도 없다.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선수들이 야구를 시작하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보다 인구와 야구 인프라의 규모가 작은 데다 교육 환경과 스포츠를 접하는 방식도 다르다. 어린 시절부터 특정 종목의 엘리트 선수로 진입해 장기간 그 종목에 집중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과 미국에서는 보다 많은 학생이 생활 속에서 운동을 접하고 그 과정에서 재능과 흥미가 있는 선수들이 경쟁 스포츠로 이동하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발달해 있다.

한국 U-18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여러 개의 타격 케이지를 설치해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 많은 선수가 반복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아마야구 현장의 현실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한국 U-18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여러 개의 타격 케이지를 설치해 배팅 훈련을 하고 있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 많은 선수가 반복 훈련을 소화해야 하는 것이 아마야구 현장의 현실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일본은 학교 운동부 활동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를 접하는 문화가 폭넓게 형성돼 있고, 미국에서는 한 학생이 여러 종목을 병행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야구와 풋볼, 농구 등 두 종목 이상에서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 프로 드래프트 대상이 되는 선수도 나온다. 처음부터 야구 선수로 선별된 작은 집단 안에서 육성하는 것과 다양한 운동 경험을 가진 넓은 선수 풀에서 야구 재능을 찾아내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결국 한국 선수가 일본이나 미국 선수와 똑같이 훈련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신체 조건뿐 아니라 선수들이 운동을 시작하는 과정,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시설, 경험해온 움직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어느 나라의 훈련이 더 우월한지를 가리는 일이 아니다. 선수의 몸을 먼저 진단하고, 나이와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능력을 정하고, 한국의 현실적인 훈련 환경 속에서 이를 구현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다카하시 코치가 "지금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타이밍"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결국 160㎞ 투수는 하나의 특별한 드릴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성장기부터 다양한 움직임을 익히고, 자신의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기른 뒤, 힘과 안정성을 투구 동작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선수마다 다른 문제를 찾아내는 맞춤형 훈련과 그것을 꾸준히 이어갈 시간·시설·지도 시스템까지 필요하다. 시속 160㎞ 강속구는 그 모든 과정이 맞물렸을 때 나올 수 있는 결과에 가깝다.

미국 것도, 일본 것도 답안지는 아니다. 참고서는 될 수 있다. 좋은 훈련법을 무작정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에게 맞는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다. 이젠 한국 야구만의 '뉴 노멀(New Normal)'이 필요한 때다.

- 160㎞ 투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① "한국 선수는 좋은 차 갖고도 운전을 못합니다" 몸은 일본보다 좋은데 '대체 왜', ML 34승 日 투수 만든 트레이너의 진단

② "부품은 좋은데 연결이 안 된다" 178㎝ 日 야마모토는 159㎞... 더 큰 韓 투수는 왜 힘을 구속으로 못 바꾸나

③ "어릴 때부터 더 던지고 더 치면 잘할까?" 日 특급 트레이너는 반대로 말했다 "야구만 해서는 야구가 늘지 않는다"

④ "한국만의 오리지널 스타일 찾아야" 美 야구 15년 교재 삼은 韓 야구, 이젠 우리만의 '뉴 노멀'이 필요한 때

올해 7월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현장.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벤치의 선수단, 관중석을 채운 관중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일본 고교야구는 50~60명의 부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평일 오후 1시부터 밤까지, 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충분한 훈련 시간이 보장된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은 선수들이 스포츠를 접하고 성장하는 환경부터 차이가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올해 7월 열린 '제108회 고시엔 사이타마현 지역예선' 현장.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벤치의 선수단, 관중석을 채운 관중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일본 고교야구는 50~60명의 부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평일 오후 1시부터 밤까지, 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충분한 훈련 시간이 보장된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은 선수들이 스포츠를 접하고 성장하는 환경부터 차이가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