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태어난 첫 아이는 최원준(29·KT 위즈)에게 복덩이 그 자체였다.
최원준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 경기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4타점 1득점으로 KT의 15-3 대승을 이끌었다.
필요할 때마다 방망이가 터졌다. KT가 1-3으로 뒤진 5회말 2사 1루에서 최승용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비거리 126.7m의 우중월 동점 투런포를 날렸다. 시즌 9호 홈런이었다. 6회에는 우중간 적시타, 7회에는 다시 적시 2루타를 때렸다. 이강철(60) KT 감독도 "타점이 필요한 순간마다 자기 역할을 해준 최원준의 활약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원준은 경기 후 "운 좋게 실투가 들어왔고 중요한 상황에 홈런이 나와 다행이었다"고 담담하게 돌아봤다. 하지만 최근 자신에게 생긴 변화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긴 이야기를 꺼냈다. 그 계기는 지난달 초 태어난 딸이었다. 최원준은 "원래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지만, 야구가 뜻대로 잘 안 되면 플레이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내가 잘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나도 조금 이기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고 감정을 밖으로 많이 표출했다.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라며 "그런 걸 이제 컨트롤하려고 하다 보니까 좀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딸의 존재는 경기 중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최원준은 "조금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야구에서도 안 좋은 일이나 실수가 있었을 때 크게 연연하지 않고 다시 리셋해서 잘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원준은 전 소속팀서부터 동료 선수들의 자녀들과 잘 놀아주는 인기 삼촌이었다. 그 인기는 KT서도 여전해서 경기 후 선수들의 자녀들이 최원준과 물총 싸움을 하거나 안기는 모습은 더그아웃을 방문하는 취재진에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만큼 딸 바보는 예고된 상황이었으나, '초보 아빠' 최원준은 오히려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원준은 "시즌 중에는 아내가 많이 노력해줘서 그렇게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아이도 생각보다 순하다. 배고플 때만 울고 잘 잔다. 많이 울지 않아서 힘든 건 없다. 너무 좋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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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최원준과 나란히 KT 타선을 휘저은 샘 힐리어드(32)와 최근 공통 관심사가 하나 더 생겼다. 힐리어드는 이날 5타수 4안타(1홈런) 1타점 4득점으로 최원준 못지않은 맹타를 휘둘렀다. 두 사람은 합쳐 8안타를 몰아치며 두산 마운드를 흔들었다.
같은 팀 동료지만, 개인 타이틀을 놓고 보면 묘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19일까지 최원준은 124경기 타율 0.344(511타수 176안타), 9홈런 70타점 106득점 2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01을 기록 중이다. 106득점으로 오스틴 딘(LG 트윈스),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리그 공동 선두다. 힐리어드도 126경기 타율 0.305(498타수 152안타), 37홈런 115타점 102득점 8도루, OPS 0.955로 득점 4위에 올라 있다. 둘의 차이는 단 4득점이다.

그래도 최원준의 입에서 경쟁심보다는 고마움이 먼저 나왔다. 최원준은 힐리어드를 두고 "초반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렇게 너무 잘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저렇게 아파하지도 않고 몸살도 안 부리고 끝까지 열심히 뛰는 외국인 선수가 많지 않다. 배울 점도 많고 같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고 말했다.
특히 힐리어드는 이날 4차례 홈을 밟으며 시즌 100득점을 넘어 102득점까지 올라섰다. 이미 115타점을 기록해 KBO 역대 45번째 100득점-100타점까지 완성했다. 득점왕 경쟁에서는 최원준을 바짝 쫓는 선수지만, 최원준에게 힐리어드는 경쟁자이기에 앞서 배우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였다.
야구 이야기도 자주 나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힐리어드에게 궁금한 것을 직접 묻기도 한다. 최원준은 "힐리어드에게도 가끔 물어볼 것을 많이 물어본다. 메이저리그에 있었던 선수니까 야구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했다.
다만 두 사람의 대화 주제가 야구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최원준은 육아 이야기가 나오자 "힐리어드는 첫째가 있으니까 가끔 물어본다. 내가 물어봐야 하는 입장이다. 육아에서는 선배니까"라며 웃었다.
잘 풀리는 날에는 긴 대화도 필요 없다. 최원준은 "서로 안 좋을 때는 할 얘기가 있는데 잘될 때는 사실 할 얘기가 없다. 그럴 땐 그냥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