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과 벽을 좀 더 느꼈습니다."
한국 야구가 아시안게임 5회 연속 금메달을 이뤄낸 순간,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27·두산 베어스)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곽빈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전 직후 국내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7회 위기를 막았다면 표정이 좀 더 밝았을 텐데..."라며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제 공에 미스가 몇 개 나왔는데 그게 또 안타로 연결돼 후배들을 볼 자신이 없었다. 와일드카드로 맏형으로 뽑혀 기대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그걸 다 못 해준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곽빈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1-0으로 앞선 7회말 안타 3개를 맞아 1-1 동점을 허용하고 1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조병현과 박영현이 추가 실점하지 않고 타선은 8회초 2점을 뽑아 한국은 3-1로 승리했다.
결국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원 프로 선수로 꾸려진 한국은 지난 25일 슈퍼라운드에서 사회인(기업)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특히 상대 선발 히구치 신(24·오지)에게 7이닝 동안 4안타 무득점으로 눌렸다. 하루만 쉬고 이날 결승전에 다시 선발 등판한 히구치에게도 3이닝 동안 4안타에 1점만 얻는 데 그쳤다.

곽빈 역시 한국 야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잊지 않았다. 그는 히구치에 대해 "구속이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타이밍 싸움과 컨트롤, 템포 조절을 정말 잘 하더라"며 "엊그제 일본에 지고 반성을 많이 했다. 일본 야구의 수준이 원래 높다고 생각은 하는데 이렇게 프로가 아닌 선수들도 정말 좋은 피칭과 타격을 하는 것을 보며 벽을 좀 더 느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럼에도 곽빈은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호투로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첫 경기인 21일 대만과 조별리그 경기에서 선발 6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5-0 승리를 이끈 데 이어 결승전에서도 6⅓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 성적은 12⅓이닝 19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73이다.

류지현(55) 대표팀 감독도 이번 대회 MVP로 주저 없이 곽빈을 지목하며 "칭찬 이상의 표현은 없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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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빈이 꼽은 MVP는 누구일까. 그는 "두 명 있다. (조)형우(24·SSG 랜더스)와 (김)주원이(24·NC 다이노스)라고 생각한다"며 "형우는 (포수로서) 단기전에 볼 배합이 중요한데 우리가 일본전(슈퍼라운드) 한 번 빼고는 큰 점수를 안 줬다. 블로킹도 열심히 해주고 팀 투수들도 잘 챙겼다. 주원이는 방망이와 수비(유격수)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위해 뛴 모습이 정말 최고였다"고 후배들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