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1군 무대 뒤편, 흙먼지 날리는 상동 구장과 묵묵히 공을 던지던 불펜 피칭장에는 늘 그가 있었다.
어깨 통증과 무너진 밸런스로 길을 잃었던 윤성빈(27)에게 "힘으로만 윽박지르지 말고 변화구와 제구로 길을 찾자"며 방향성을 짚어준 지도자. 1군의 치열한 중압감에 짓눌려 기술적 고민조차 사치였던 신예 박정민(24)이 2군에 내려왔을 때 조급함을 덜어내고 단단한 기본기를 다져준 지도자. 그리고 프로 9년 차, 거듭된 방출 끝에 3군까지 밀려나 심신이 지쳤던 현도훈(33)의 손을 잡고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며 '살살 던질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준 은인.
롯데 자이언츠 투수들의 가장 시리고 어두웠던 순간마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등대'가 되어주었던 김현욱(56) 코치가 거인 군단과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김현욱 코치는 지난 2023시즌 롯데 1군 컨디셔닝코치로 합류하며 거인 군단과 연을 맺었다. 이후 1군 투수코치를 거쳐 잔류군(3군) 투수코치, 1군 불펜코치, 2군 투수코치 등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 재건에 헌신했다. 2023시즌 필승조 최준용(25)을 단단하게 지도했던 것을 시작으로, 1군 무대뿐 아니라 2군과 3군의 그늘진 곳에서 미완의 대기들을 다듬는 데 늘 진심을 쏟았다.
아직 구단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스타뉴스 취재결과 김현욱 코치는 롯데에서 짐을 싸고 나왔다. 사실 프로야구는 냉정하다. 이택근 단장과 이동욱 감독의 동반 부임으로 인한 변화로 인한 결별로 풀이된다.
1군 전광판에서 멀어진 선수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찾아오는 불안과 절망에 시달린다. 그 차가운 낭떠러지 끝에서 김현욱 코치는 지도자 그 이상의 존재였다. 최준용을 필승조로 단련시키며 불펜의 뼈대를 세웠던 시절부터, 2군과 3군의 그늘진 곳에 머물던 미완의 대기들을 묵묵히 다듬던 최근까지 그의 시선은 언제나 방황하는 제자들을 향해 있었다.
현도훈이 지난 4월 28일 프로 데뷔 9년 만에 눈물의 데뷔 첫 승을 따낸 날, 가장 먼저 떠올린 이름도 김 코치였다. "정말 힘들었던 시절 나를 잡아주신 분"이라며 공을 돌리는 제자의 고백에 김 코치는 오히려 "나는 그저 힘만 실어줬을 뿐, 선수가 버텨낸 노력의 결과"라며 자신을 낮췄다. 마운드 위 영광은 온전히 선수의 몫으로 남겨둔 채 뒤편에서 조용히 미소 짓던 참스승의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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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순간에도 김 코치의 머릿속에는 오직 제자들뿐이었다. 롯데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된 김현욱 코치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말을 아끼면서도, 롯데 투수들을 향한 애틋한 진심을 숨기지 못했다.
눈에 밟히는 제자들을 떠올리듯 잠시 숨을 고른 김 코치는 "이제 잘할 일만 남았다"며 덤덤하지만 힘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이어 "내년에는 (우리 투수들은) 더 잘할 겁니다"라며 끝까지 제자들을 향한 굳은 믿음을 보냈다. 자신이 떠난 자리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더 높이 날아오르길 바라는 지도자의 따뜻한 마지막 응원으로 들렸다.
비록 롯데를 떠나지만, 힘들 때마다 선수들의 손을 잡아주었던 김현욱 코치의 따뜻한 가르침은 롯데 투수들의 마운드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