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단 구성을 책임지게 된 이택근(46) 신임 단장이 예능 프로그램 은퇴 경기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다. 1군 마무리캠프 일정과 맞물려 자칫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단과 팬들을 향해 간곡히 양해를 구한 데에는 현역 시절 못다 한 은퇴식에 대한 오랜 '한(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단 역시 신임 단장의 간곡한 양해와 인간적인 고백을 품어 안으며 흔쾌히 허락을 내렸다.
이택근 단장은 지난 10월 31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2대 이동욱 감독 취임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단장 부임 소감과 향후 구단 운영 계획 등을 진솔하게 밝혔다.
이 자리에서 단연 시선을 모은 대목은 오는 7일 예정된 예능 프로그램 '불꽃야구' 은퇴식 참가 여부였다. 롯데 선수단이 11월 4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일본 휴우가로 마무리캠프를 떠나는 상황에서 프런트 수장인 단장의 외부 일정 참석을 두고 뒷말이 나올 법도 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해당 행사가 구단 업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흔쾌히 승인했다.
이 단장은 이 자리에서 은퇴식 참가 행사 배경을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털어놓았다. 그는 "단장으로 선임된 직후 기존에 잡혀 있던 방송 및 외부 일정을 아예 전부 취소했다. 여기저기 다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하고 취소한 뒤 곧바로 프런트에 합류해 밤낮없이 업무를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수많은 약속을 뒤로하고 단 하나 남겨둔 일정이 바로 이번 은퇴 경기였다. 이 단장은 "아시다시피 제가 (현역 시절) 은퇴식을 못 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사실 현역 시절 이택근 단장은 KBO 리그를 풍미한 명실상부한 '슈퍼스타'였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데뷔해 공수주를 겸비한 정상급 외야수로 리그를 호령했고, 국가대표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LG 트윈스에서 뛰기도 했지만, 특히 히어로즈의 창단 멤버이자 팀의 암흑기와 전성기를 모두 지탱한 상징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지금도 야구계에서는 '히어로즈의 영원한 캡틴이자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화려했던 발자취와 달리,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사실 너무나 쓸쓸했다. 2020시즌 막판 구단과의 극심한 갈등 끝에 11월 방출 통보를 받으며 유니폼을 벗었다. 팬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화려하게 치러져야 마땅했던 레전드의 은퇴식은커녕, 후배 이정후의 개인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은퇴를 알려야 했다. 공식 은퇴식 대신 동료 선수들이 한 식당에서 열어준 조촐한 송별 자리가 그의 마지막 은퇴식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과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한 아쉬움은 그의 가슴속에 깊은 응어리로 남아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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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장은 "그 부분을 구단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조금만 이해해 주신다면 구단 업무에 조금의 차질도 없도록 은퇴식만 딱 치르고, 그 경기만 끝내고 곧바로 복귀하겠다고 대표이사님께 간청을 드렸다. 이제는 단장이 됐으니 정말로 야구를 다시는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동석한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단장님이 선임된 직후 공식 일정만 10개가 넘게 잡혀 있었는데 전부 취소하셨다"며 "불꽃야구 마지막 경기는 이미 예고편도 나갔고 시청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단장님께서 대표이사님께 직접 양해를 구하셨고, 대표이사님께서도 '마지막 그 일정까지만 소화하고 이후 구단 업무에 전념하라'며 흔쾌히 배려해 주셨다"고 부연했다.
이 단장은 시청자와 팬들과의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만약 팬들과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 아니었다면 저 역시 절대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약속을 지키는 차원인 만큼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마무리캠프 공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단장은 "마무리캠프 일정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 사실 단장이 마무리캠프 첫날부터 현장에 들어가 끝까지 지켜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4박 5일, 길어야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어 "지금 부산 프런트 안에서 들여다보고 처리해야 할 내부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마무리캠프는 중반 즈음에 잠시 들어갈 계획이다. 만약 제가 캠프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과 은퇴식이 겹쳤다면 당연히 은퇴식을 포기했을 것"이라며 "단장이 마무리캠프 현장에 내내 머무는 것 역시 훈련에 매진해야 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게 불필요한 눈치를 보게 만들 수 있다. 짧게 현장을 찾아 코칭스태프 지원 및 일정 편의 사항만 세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선수 시절 못다 푼 은퇴식의 한을 마지막으로 털어내고 돌아올 이택근 단장이 거인 군단의 재도약을 위해 어떤 프런트 야구를 펼쳐 보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