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열전⑦]정태욱 현대증권 이사

[애널열전⑦]정태욱 현대증권 이사

이기형 기자
2001.12.24 13:09

[애널열전⑦] 정태욱 현대증권 이사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하고 배짱이 있어야 한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애널리스트가 가져야할 덕목으로 세가지를 꼽았고 그중 배짱을 강조했다.

 정 이사는 "애널리스트들은 때때로 자기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수의견을 내야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으면 이를 망설이고, 주가가 많이 올라 매도의견을 내야하는데도 망설이다가 주가가 떨어지고 난 후에야 매도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을 잘 보는 것도 어렵고, 판단하기도 어렵고, 판단대로 행동하기도 어려운 일"이라며 "자신이 도출한 결론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애널리스트는 시쳇말로 왕따를 당할 각오를 해야한다"며 빙긋이 웃은후 "숫자만을 나열하는 기계적인 분석보다는 애널리스트의 직관(Insight)이 들어가는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직관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그 보고서가 죽은 보고서인가 아니면 살아있는가를 가늠하는 척도"라며 "고객들에게 적극적이고도 간결하게 어필할 수 있는 보고서가 좋은 보고서"라고 말했다.

 정 이사는 첫보기엔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외향적이지도 사교적이지도 못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어쩌다보니 애널리스트가 됐고 지금은 리서치센터의 헤드를 맡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도중 그 부드러움과 조용함속에 숨어있는 배짱이 계속해서 밖으로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꾸밈없이 솔직했다. 정 이사는 그 특유의 배짱 때문에 몇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시절 `현대그룹측에서 리서치센터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해 그룹이 발칵 뒤집기도 했고, 시장을 좋지않게 보는 리포트를 냈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소환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정 이사는 일에 파묻혀있기보다는 상상을 많이하고 토론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책들도 많이 읽는 편. 그는 "아마 보고서 내는 숫자하고 연봉을 비교해보면 내가 페이지당 연봉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할 것"이라며 웃었다. 정 이사가 시장을 폭넓게보고 시야를 길게 가져가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애널리스트 한지 10년도 넘었지지만 경기사이클과 구조적인 문제가 혼합돼 나타나는 증시변화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증시는 지금 중요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프리젠테이션에서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애널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프리젠테이션 첫 3분에 그날의 성과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는 "도발적이고도 간결하게 첫 3분을 할애한다"며 "이 시간안에 고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그날 설명회는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조심스로운 낙관'(Cautious optimism)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들고 동남아 유럽 미국을 돌았다. 정 이사는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현 장세를 대세상승장이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보지않는다. 리레이팅도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의 배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가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게된 것은 1989년 동양증권 국제조사부에 근무하면서부터다. 당시 국제조사부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펀드매니저들에게 리서치자료를 보내줘야 했다. 하지만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컨설턴트였다. 그는 87년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University of Pennsylvania, The whaton school) MBA과정을 마치고 앤더슨컨설팅에서 일했다. 애널리스트가 된 것은 컨설팅업무를 한지 2년뒤다. 컨설팅업무가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회의를 갖다가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원서를 낸 것은 베어링스증권이었다. 그는 보기좋게 낙방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동양증권 국제조사본부장으로 일하다 외국계 증권사인 쟈딘플레밍으로 옮긴 것은 91년이다. 애널리스트를 할 바에야 외국계에 가서 정통으로 배워보자는 생각때문이었다. 97년 쟈딘플레밍을 떠나 SG증권으로 옮기기 까지 그는 애널리스트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도 많은 상을 탔고 그의 팀도 그랬다. 그는 SG증권에서 1년반 가량 일하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로 옮겼다. 당시 이익치 회장은 정 이사가 받던 연봉의 2배를 제시했었다고 한다. 정 이사는 현대증권을 택한 이유에 대해 "돈을 많이 줘서 좋았지만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SG측에서도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잡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증권사에서 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본부에서 보기에는 변방의 애널리스트에 불과하다.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대증권 리서치팀을 맡아 2년여동안 심혈을 기울여 리서치센터를 키워왔다고 자신한다. "현대증권 리서치팀은 국내 어느 리서치센터보다 시스템적으로 완비된 최고의 팀"이라고 그는 말했다. 시스템적으로 오류를 찾아낼 수 있는 구도를 가지고 있고 그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앞으로 리서치센터 헤드보다는 더욱 정열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애널리스트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배짱있는 정태욱이사의 리포트를 더 많이 보게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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