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텔레콤 경고에 휘청

[뉴욕마감]텔레콤 경고에 휘청

뉴욕=정희경 특파원
2002.04.23 05:34

[뉴욕마감] 텔레콤주 경고에 급락

【상보】가뭄에 목말라하던 뉴욕 일원에 단비가 내렸다. 충분치는 않았지만 지친 대지에 반가운 선물이었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은 텔레콤 업체들의 지척거림에 온종일 젖어 있었다. 월드콤과 에릭슨이 잇달아 실적을 경고하자 악전고투해 온 텔레콤 업체들의 순익 개선은 어렵다는 비관이 증시를 짓눌렀다.

다우 지수는 통신, 항공, 금융 등이 부진을 보이며 지난주 말 보다 120.68포인트(1.18%) 떨어진 1만136.43으로 마감했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38.14포인트(2.12%) 하락한 1758.69를 기록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7.34포인트(1.54%) 내린 1107.83으로, 러셀 2000지수는 6.47포인트(1.25%) 하락한 510.93으로 각각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주간 상승으로 4~5주간의 하락세를 끊은데서 일었던 지난 주말의 희망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S&P 500 기업의 163개가 실적을 발표하는 금 주 역시 실적이 핵심 테마. 그러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비롯해 무게 있는 경제지표들이 속속 발표돼 경제 회복세가 실적 부진의 우려를 상쇄시켜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D램 업체로 부상하게 되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4.75% 급등한 30.90달러에 마감했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메모리사업부문 인수대금으로 자사 주식 약 1억860만주(기준가 주당 35달러)를 제공하고, 하이닉스의 잔존 비메모리 부문에 2억 달러를 투자해 15%의 지분을 갖게 된다. 또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의 메모리부문 운영을 위해 신규자금 15억불을 장기로 빌려주기로 했다.

마이크론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나머지 15개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지난 주 말보다 1.67% 떨어졌다.

빌 게이츠 회장의 법정 출두로 관심을 모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는 2.85% 하락했다. 빌 게이츠 회장은 이날 반독점 소송 시작 4년만에 처음으로 법원에 출두, 9개 연방정부가 요구하는 제재안은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업종별로는 텔레콤을 필두로 항공, 생명공학, 금융 등 대부분이 하락한 반면 금과 설비주에만 매수세가 몰렸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가 10억7000만주, 나스닥 시장이 15억5000만주로 평소 수준을 밑돌았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19대 12, 23대 12 꼴로 상승 종목을 압도해 이날의 부정적인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이날 급락세를 주도한 것은 에릭슨과 월드콤이었다.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인 에릭슨은 이날 매출 급감으로 1분기 손실을 기록했고 2003년까지 순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릭슨은 지난해 같은 기간 투자 이익 55억 크로네에 힘입어 2억2400만 크로네의 순익을 기록했으나 올 1분기에는 29억7000만 크로네(2억892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에릭슨은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전체 직원의 20%인 1만7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에릭슨의 최고 경영자 쿠르트 헬스톰은 "장기적인 수요 감소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에릭슨(ADR)은 22.8% 폭락했다. 지난주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도 5.96% , 경쟁업체인 모토로라 역시 2.07% 하락했다.

지역전화 사업자인 월드콤 역시 지난 19일 올 매출 전망치를 낮춘 여파로 32.61% 급락했다. 월드콤은 연간 매출 규모를 전문가들의 예상치(222억달러) 보다 낮은 210억~215억달러로 수정했다. 증권사들이 월드콤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한 것도 결정타가 됐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증권은 월드콤의 투자 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살로먼 스미스 바니는 '매수'에서 '중립'으로 각각 강등시켰다. 또한 CSFB에 의해 '매수'에서 '중립'으로 등급이 떨어진 스프린트를 비롯, AT&T, 버라이존, 퀘스트 커뮤니케이션 등 통신주들이 줄줄이 미끄럼을 탔다.

반면 텔레콤 장비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8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으나 그 폭이 지난해는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 보다 작아져 4.66% 상승했다. 루슨트는 다음 분기에도 손실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우지수 편입 종목인 3M은 분기 순익이 예상치를 충족시켰으나 오전 증시 전반의 침체 분위기로 하락했다 막판 반등, 0.26% 오른 125.22 달러로 마감했다.

은행주들은 아르헨티나 사태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주말 예금 인출 사태를 막기위해 은행의 영업을 무기한 중단시키는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날 JP모간 체이스, 씨티그룹,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의 주가는 2~3% 떨어졌다.

이밖에 운송주들은 철도업체인 CSX가 에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해 5% 급락하고, 항공업체들이 순익 악화 우려로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다우존스 항공지수는 2.8%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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