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일제 하락, "랠리는 단발"
'시스코 랠리'는 예상대로 단발에 그쳤다. 세계 최대 네크워킹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의 실적 호재에 열광했던 뉴욕 주식시장은 폭등 하루 만인 9일(현지시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업 실적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국제 유가의 중대 변수인 중동 사태가 다소 악화조짐을 보이는 한편 탄저균 테러 우려 등 해묵은 악재까지 언뜻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전달 상승폭이 워낙 컸던 탓에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으나 랠리 지속은 '신기루'로 가닥이 났다. 다만 잇단 악재에도 거래량이 줄어 들며 급락하지 않아 '제한적인 반등'의 기대감은 남긴 하루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05포인트(1.04%) 내린 1만36.45(잠정)로 마감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의 영웅이었던 시스코를 비롯, 기술주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이면서 45포인트 하락한 1650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4포인트 떨어진 107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증시는 출발부터 약세였다. 이스라엘이 지난 주말 자살폭탄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로 탱크를 이동시켰다는 소식에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고, 경제지표 역시 혼재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유가는 중동 긴장감 고조로 급등했으나 단기 급등에 따른 반발 심리로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6월 인도분은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한때 배럴당 28.2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보다 17센트 내린 27.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지난 한 주간 예상보다 큰 폭인 1만1000명 줄어든 4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4월 수입물가는 유가 급등세로 1.4% 상승했다. 이는 2000년 6월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석유 부문을 제외하면 수입물가는 0.4% 올랐으나 총 1.4% 상승 자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매업체들의 4월 판매가 의외로 부진했다는 점도 악재가 됐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4월 동일점포 판매가 3.3%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활절 연휴가 지난해 보다 빠른 3월로 앞당겨지고 기상이 악화한 점이 작용했으나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이다. 타깃 등 경쟁업체도 예외는 아니어서 소매 매출 부진은 경제 회복 속도를 다시 한번 의심케 했다. 월마트가 2% 이상 떨어진 것을 비롯, 관련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보내진 우편물에 탄저균이 포함됐다는 소식도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FRB는 이날 워싱턴 본부 건물 옆 우편처리시설에 접수된 20여통의 편지가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분말이나 수기 등 연방수사국(FBI)이 의심할 만한 테러 징후는 없었으나 문제의 편지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포함해 각기 다른 인사에게 보내진 것이어서 증시는 일시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