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4월 30일 개최된 외환은행 임시주총에서 이강원 행장이 새로 선임됐다. 김경림 전 행장이 임기를 1년여나 남겨두고 갑자기 사임한 배경이나,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출하도록 했던 멀쩡한(!) 정관을 개정하여 결과적으로 상임이사 신분의 김경림 전 행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된 과정 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지만, 이른바 시장을 잘 아는 젊은 행장이 새로 선임된 것 자체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행장 선임 당일 하이닉스 이사회가 마이크론과의 MOU를 부결시키고, 하이닉스 채권으로 인한 신탁 가입자의 손실을 은행계정에서의 우대금리 적용을 통해 보전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 금감원이 제동을 거는 등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것을 보면 이강원 행장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올해 들어 소액주주운동의 대상을 재벌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하고 그 첫 대상으로 외환은행을 선정했던 참여연대의 일원으로서, 이강원 행장이 외환은행의 산적한 문제들을 원만히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하면서, 외환은행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보탤 것을 약속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외환은행장 선임 과정을 되짚어본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이강원 후보 추천 사실을 발표한 4월 10일, 정문수 행추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두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다. 첫째,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은 정부를 대리한 것이므로 주주권한은 정부에 있으며, 후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정부측과 협의를 했고, 정부측 창구는 금감위라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국유재산 관리 목적상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재경부가 감독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이 공식적인 위임절차도 없이 정부가 일상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입은행의 이사회는 뭐하는 곳인가. 더군다나 무자본 특수법인이며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생명인 한국은행의 경우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둘째, 정문수 행추위원장은 이번 후보 추천 과정의 투명성을 자신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전형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행추위 회의록의 공개를 약속하였다. 솔직히 너무나 기뻤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즉각 회의록의 공개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이 왔다. 그 이유는, 행추위 회의록은 상법 제391조의2에서 규정한 주주의 이사회 의사록 열람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공개시 회의 참가자와 후보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권한을 대신하도록 하는 (구)은행법상의 특별규정에 의해 구성된 것이며, 그 구성원이 전원 사외이사라는 점에서, 이사회 의사록 열람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외환은행측의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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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행추위 회의록 공개에 의해 회의 참가자 및 후보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은 행장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위한 주주들의 알 권리와 충돌하고 있다. 회의록에 등장하는 인사들의 실명을 모두 삭제한 상태로 공개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도 거부되었다.
투명성 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 둘 다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권익이다. 다만, 이 두 권익 사이의 충돌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없을 때, 최후의 판단은 사법부의 몫일 것이다. 참여연대는 소수주주권을 이용하여 법원에 행추위 회의록 열람청구소송을 제기하고자 한다. 소송을 통한 문제해결은 많은 비용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은행장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즉 관치인사라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