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뇌물 공화국

[기자수첩]뇌물 공화국

김형식 기자
2002.05.21 12:46

[기자수첩]뇌물 공화국

한국이 부끄러운 기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뇌물 제공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한국을 네번째로 꼽았다. 부패공화국이란 말에 다름 아니다. 한국의 부패지수는 91개 조사대상국 중 42위로 코스타리카보다 못하다.

뇌물은 경제활동의 과실을 갉아먹는 벌레로 비유되곤 한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국가의 부패수준이 높을수록 경제성장률과 주식시장 발전정도가 낮으며 해외직접투자(FDI)는 뇌물 관행이 적은 국가일수록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의 경우 뇌물 때문에 기업 비용은 8%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투명성 결여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 수감되었다. 5년전과 판박이다. 깨끗하지 못한 돈과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뒤엉킨 흔적이 고구마 줄기 캐듯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 아들에 빌붙어 온 세상을 제멋대로 돌아다닌 권력 브로커 최규선씨는 AIG와 현대투신의 인수 협상 과정에 개입, "청와대의 의지" 운운하며 이권을 챙기려 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뇌물 또는 부패의 땅이 아니고선 벌어지기 힘든 일이다.

98~99년 해외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로 반짝 늘었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 해 25%나 줄어들었다. 이것이 지난해 세계경제 침체 탓인지 세계은행의 '뇌물 명제'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 어쩌면 두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소비량은 9.3% 늘었다. 특히 위스키, 소주 등 독주 소비량은 뇌물 공여국 1위에 뽑힌 러시아와 더불어 세계 최정상 수준을 자랑했다. 독한 술을 마구 들이키는 원인이 '술 권하는 사회' 때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사족 하나. 이번 조사에서 뇌물 이외에 외교적 압력이나 해외원조 중단 등 '불공정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응답자의 58%가 미국을 꼽았다. 뇌물이 성행하는 한국에 미국의 불공정 압박이 합세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된 F15기가 뇌리를 스치며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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