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중)[기고]은행, 보험업진출 선별적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험업과 은행업은 본래 한 몸통에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보험은 15세기경 무역업에 필요한 해상보험에서 시작되었고, 그 이전에는 무역업자의 항해위험이 은행업자의 대출계약에 통합적으로 반영됐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선박저당채권 및 코멘다 제도가 그 예이다. 그러나 분업화와 전문화 제고 차원에서 시장기능의 주도하에 보험업이 은행업으로부터 분리된 것이 이제 500년이 넘는다.
광복이후 미국식 제도를 주로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미국식의 은행, 증권, 보험업간 뚜렷한 구분이 있는 금융제도를 채택해왔다. 최근 다시 미국의 금융제도 변화의 영향을 받아 우리도 지주회사방식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금융겸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국금융자본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금융겸업화는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은행업과 보험업의 경우 상대규모의 차이로 인해 전자가 후자에 진출하는 예는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어지간한 규모의 보험회사들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은행업에 진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따라서 세계적인 규모의 보험회사들도 고유사업에 주력하는 한편 은행업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론 예외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독일계 알리안츠보험그룹이 하나은행의 대주주이며, 네덜란드계 ING그룹이 국민은행의 대주주이다. 국내 최대의 삼성생명이 은행업 진출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형 국내외 보험회사의 은행업 진출은 은행업 자체에서의 수익창출보다는 은행창구를 이용한 보험영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별 경험이 없는 신규사업에서 그 자체로 수익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학자들의 실증연구에서도 금융업내 범위의 경제효과는 그다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자기 사업에서 충분한 핵심역량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경영전략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시대와는 달리 오늘날 은행과 보험은 사업성격과 문화가 판이하게 다른 사업이다. 각각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자기사업에서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물론 생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시너지효과, 소비자편익 등의 논리에 따라 금융겸업화는 오늘날 금융산업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은행의 보험업 진출은 1997년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자회사방식이 허용됐고, 2003년 8월에는 은행의 보험대리점업이 허용될 전망이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보험회사들은 부담감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특히 대형 보험회사들은 국내 보험업계 현실 등을 내세워 방카슈랑스의 도입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은행들은 신규사업진출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은행의 보험업진출 등 금융겸업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고 또한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엄청난 부실로 인해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아직 민영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은행의 보험업진출 추진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단지 윤리적인 차원의 의미가 아니라고 본다면, 국유화된 부실은행의 보험업 진출은 자제되거나 금지되어야 한다. 보험업은 은행업보다 복잡하고 또한 다른 핵심역량을 요구한다.
독자들의 PICK!
은행업에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은행이 난이도가 보다 높은 다른 사업에 욕심을 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부실은행이 인력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으로 보험업진출을 추진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 더구나 그 은행이 정부의 입김하에 있는 국유은행이라면 시장교란위험도 심각하다. 부실은행이나 국유은행의 참여를 허용하기에 보험시장은 국민경제에 너무나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