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럴뱅크=산업은행`
국정감사 기간중 터진 엄낙용 전 총재의 현대상선 관련 발언으로 산업은행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감은 끝났지만 대선 전까지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엄 전 산업은행 총재가 엄호성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정부의 대북지원 창구가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산업은행 직원들은 "엄씨 종친회 하는 것이냐", "전직 총재로서 엄낙용씨의 발언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엄 전 총재가 한나라당에 줄을 선 게 확실하다", "국책은행으로서 시중은행 지원이 어려운 기업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 "국회의원들 말대로 현대상선 대출금을 회수해 버리자" 라는 등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산업은행 사람들의 불만처럼 그동안 산업은행은 재벌기업들에 시설자금을 공급하는 국책은행이라는 태생적 특수성 때문에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등 대형 스캔들이 터질때 마다 시달림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일도 산업은행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대개는 산업은행의 잇단 게이트 연루설에도 불구 결국은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지만 삼애인더스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벤처비리 연루로 산업은행 직원이 구속된 경우도 있었다. 당시 산업은행 사람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그럴 리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이번 현대상선 문제도 산업은행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때론 분통이 터지겠지만 4000억원의 당좌대월 취급과정에서 회사 명판이 바뀌거나, 서류상 숫자가 잘못 기재됐다거나, 은행연합회 여신정보에서 대출취급 사실이 누락되는 등 미심쩍은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누누히 강조하는 것처럼 선발 국책은행에 부합하는 `모럴뱅크=산업은행'이 그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