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기의 법칙
세상 모든 것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한 상태로 가려는 속성이 있다. 마치 높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겁이나서 1층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과 같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느 한곳이 지나치게 커져 균형이 안맞으면 그것을 줄여 안정적인 상태가 되려고 한다.
`위기'라는 것도 경제에 생긴 큰 불균형(imbalance)이 어느날 갑자기 폭력적으로 조정되는 과정에 불과하다. 불균형이 어디에서 비롯됐건 위기는 균형이나 중용의 도를 못지킨 데 대한 벌을 받는 과정일 뿐이다.
위기의 신은 평등하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자본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체제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위기의 신은 거품에 대한 대가를 징수하러 나타난다. 그리고 위기의 신은 무자비하다. 내가 저지른 만큼 철저하게 댓가를 징수해간다. 당사자가 받아야할 벌을 충분히 받고, 다시는 그런일 안 하겠다고 개과천선했음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위기는 절대 물러가지 않는다. 벌을 받는자가 아프다고 에누리해주는 것도 없다. 또한 위기의 신은 철저하고 빈틈이 없다. 위기의 신이 바라는 구조조정을 잘 할때는 잠시 물러나 있다가도 조금이라도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딴짓하면 가차없이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으러 달려든다.
일본이 10년 넘게 성장한번 제대로 못한채 위기의 신의 포로가 돼 있는 것도 당장의 고통이 싫어 높은 소득수준이나 막대한 외환보유액 등을 믿고 마땅히 해야할 것(구조조정)은 하지 않고 `금리를 내린다', '재정지출을 한다' 등등 꼼수만 써온 것과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는 97년말 위기가 닥쳤을때 기댈 곳이 없었던 나머지 위기에 순응하여 치러야할 고통을 한꺼번에 다 치뤘기 때문에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먼저 죽기를 자청했기 때문에 살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지금 90년대 중반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한 정보통신(IT)거품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달러라는기축통화를 가진 경제대국이면서도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의 고통이라는 대가를 치뤄왔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미국 중앙은행(FRB)의 금리인하에 안주하여 아직까지도 거대했던 IT거품을 미처 다 처리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군사패권국이자 경제패권국인 그들의 지위를 끝까지 유지하고픈 패권주의는 저금리에 걸맞지 않은 고달러정책과 함께 이라크전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만들고 있다. 내가 세계를 먹여살린다는 생각과 수출감소로 경기침체의 고통을 맛보지 않겠다는 신흥시장국의 생각이 어울려 지속되고 있는 고달러정책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무한정 부풀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성장엔진에 기대어 스스로의 자생력을 키우지 않는 위험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언젠가 터질 글로벌 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전이라는 변수에는 익숙해지면서 전세계 주가가 반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아직 희망을 크게 가질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