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의 법칙`과 틈새전략

[광화문]`3의 법칙`과 틈새전략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박종면 기자
2002.10.28 12:17

[광화문] `3의 법칙`과 틈새전략

최근 주목받는 경영학 이론 중에 `3의 법칙(the rule of three)'이란 게 있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없을 때 성숙한 시장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3개의 강력한 기업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제공하면서 시장의 70~90%를 차지하는 현상을 가르키는 말이다. 3의 법칙은 따라서 `빅 3'가 자리잡은 시장에서 정면 대결이 어려운 중소규모 기업들은 효율적으로 전문화할 수 있는 부문, 즉 `틈새시장'을 개척할 것을 권한다.

 

3의 법칙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규제가 줄어들고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생명보험 시장은 삼성 대한 교보등 빅3의 시장 점유률이 외환위기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져 지난 6월말 기준 77%에 이르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 역시 비씨 LG 삼성의 점유율은 72%에 이른다. 손해보험시장도 삼성 현대 동부 LG등 `4강'의 점유률이 74.3%로 3의 법칙에 근접해 가고 있다.

 

한국의 은행산업은 외환위기 전까지 20여년간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신탁)로 상징되는 5대 시중은행이 각 10%안팎의 시장을 점유하면서 경쟁을 해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합병과 퇴출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국민 우리 하나(서울) 신한은행의 4강체제로 굳어져 이들이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조흥은행 지분 매각 과정에서 신한금융그룹이 예상대로 조흥은행을 인수하게 된다면 은행산업도 빅3 체제로 굳어진다.

 

국내 금융시장에도 3의 법칙이 관철되고 있다면 4위 이하의 중소형 금융사들은 생존을 위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나국내 금융시장에 과연 틈새시장이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애초부터 규모가 작아 돈이 될만한 게 있으면, 심지어 대금업까지도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중소형사들게만 주어지는 틈새시장이 남아 있을 수가 없다. 규제완화와 글로벌화도 틈새전략을 무력화시키는 요인이다. 금융산업이 정보화, 장치산업화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니치마켓 플레이어들을 어렵게 만든다.

 

국내 시장에서는 틈새전략이 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해 전략을 바꿈으로써 성공한 곳이 바로 옛 주택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주택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 80%를 차지하는 주택금융 전문의 틈새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해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단행함으로써 자산 200조원의 통합 국민은행을 일궈냈다. 하나은행도 단기 기업금융시장을 공략하는 틈새전략을 포기하고 충청 보람 서울은행을 잇달아 인수함으로써 오늘의 4강 반열에 올랐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빅3가 시장의 70~90%를 지배하는 3의 법칙만 관철되고 틈새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면 중소형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것이 지금 4위 이하의 국내 중소형 금융사들에 닥친 위기의 핵심이자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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