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시와 레몬프리미엄

주식가치평가에 레몬 프리미엄(lemon premium)이란 게 있다. 쉽게 말하면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회사가 내놓은 정보가 틀릴 위험이 커 그 회사의 주가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할인(discount)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레몬 프리미엄은 그 회사의 내재가치와 주가와의 차이로 정의되는데 잘 모르는 기업일수록, 거짓정보를 많이 유출한 회사일수록 그 레몬 프리미엄은 커진다.
기업이 비용을 물어가며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자신의 실력과 성과를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고, 필요할 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상장기업이 경영성적이나 재무상태 등 투자판단에 필요한 기업내용을 신속, 정확하게 공시(disclosure)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의무다. 그리고 기업정보에 대한 불균등이 작을수록 내부자거래가 줄고, 효율적인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정부건 신속, 정확한 공시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신속하고 공정한 공시의 룰을 만들고 유지한다는 것과 기업내용이 퍼져나가는 공시의 채널을 하나로 독점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시가 하나의 채널로 단일화돼 있을 때는 많은 물이 좁은 파이프를 통해 나오려고 할때처럼 정보유통에 병목이 생겨 오히려 정보의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 다시말해 레몬 프리미엄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가 그렇다. 상장, 등록기업은 중요한 변화나 결정이 있을 때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증권, 금융감독원의 공시게시판을 통해 그 내용을 반드시 밝히도록 돼 있다. 공시대상도 규정에 의해 모두 열거돼 있고, 공시양식도 표준화돼 있다. 그러다보니 규정에 열거되지 않은 공시는 빠지거나 공시가 되더라도 정형화된 방식에 의해 절제되고 압축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공시내용이 빈약하거나 공시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올 11월부터가 공정공시제가 도입돼 특정집단에게 제공되는 기업정보는 `공정공시'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사전에 밝히도록 했다. 말하자면 기존 수시공시하에서 생기는 구멍을 공정공시라는 것으로 막은 셈인데 이것이 더 정보유통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공정공시 위반에 대한 공포 때문에 기업체들이 입을 아예 닫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 등 기업체의 IR활동은 물론 기자회견에서 밝힐 내용조차 미리 공정공시를 해야하고 보니 기업체의 IR활동이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어느 순간에 한꺼번에 퍼져가는 완전정보(perfect information)시장을 만들려는 의욕이 지나쳐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확실성을 키운 꼴이 됐다.
신속,정확하고 공정한 공시는 어디까지나 공시를 위한 룰로서만 그쳐야지 채널독점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된다. 기업내용이 보도자료나 컨퍼런스, 기자회견, 기타 다양한 IR활동을 통해 언론을 타고 전파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IR활동은 또한 투자자의 목소리가 직접 기업체에 전달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 공시제도는 투자자로 하여금 `주면 주는 대로 받는 수동적 정보수입자'로 만들어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