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복제와 영생, 그리고 재벌

[광화문]복제와 영생, 그리고 재벌

우원하 부장
2003.01.06 11:55

[광화문]복제와 영생, 그리고 재벌

복제아기 `이브'의 탄생이 세기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간복제 회사 클로네이드는 체세포와 난자와의 결합으로 세계 최초의 복제아기가 태어났다고 지난 연말 발표했다.

사람들은 흥분하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유전인자를 고스란히 빼다박은 또다른 자신을 사실상 무한하게 복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불임부부, 독신자, 동성애자 등 정상 경로를 통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도 난자와 대리모만 구하면 자신의 분신을 세상에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그로인한 부작용을 아무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클로네이드사는 `라엘리언 무브먼트'라는 종교집단이 설립한 회사다. 인류는 외계인이 지구 위에 자신들을 복제해 퍼뜨린 결과물이라는 게 이들의 교리다.

지도자 라엘은 `인간복제는 영생에 이르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체세포 하나로 또다른 자신을 만들 수 있고, 종국에는 자신의 뇌속에 있는 기억마저 복제된 개체로 옮기는 단계까지 상정하고 있다.

육신이 늙고 쇠약해지면 그것을 버리고 자신의 새로운 육체를 싱싱하게 복제한 뒤, 거기에 자신의 기억과 영혼마저 가져다 앉힌다는 것이 라엘리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다.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입어도 `나는 역시 그대로 나'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영생'이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아니면 혹세무민하는 자들의 황당무계한 잠꼬대인지, 돈을 노린 사기극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 재벌기업들의 대물림 경영행태와 이를 어떤 식으로든 저지하려는 정책입안자들의 숨박꼭질을 보면 복제인간을 만드는 클로네이드사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려는 제반 세력들의 마주침과 비슷해 보인다.

한국의 대기업은 흔히 말하는 황제식 경영체제를 가지고 있다. 인체에 비유할 때 체세포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는 2∼3% 지분을 가진 총수의 의사가 다른 모든 사람들 의사에 우선한다. 재벌총수는 임기도 없이 영원한 보스로 존재한다. 황제형 총수는 당대에 그치지 않고 2세, 3세로 계속 이어진다.

재벌조직은 그동안 순환출자와 주식파생상품의 거래 등 고도의 복제기법을 갈고 닦았다. 이젠 아주 적은 비용으로 재벌을 통째로 2세 3세에게 상속시킬 수 있다. 자신의 자식이 30대, 40대에 대권을 이어받게 하는 일도 흔하다.

영생은 인간이 오래전 부터 추구해 온 꿈이다. 각국 정부는 그 꿈이 이루어지면 안된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재벌은 이미 기업경영권의 영생 기법을 시스템으로 가지고 있다.

새로 들어설 노무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들이 내비치는 재벌정책의 틀은 재벌 경영권의 영생 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상속 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 금융사의 계열분리 청구제도, 구조본의 해체 등이 그 수단이다.

본래 모든 꿈은 불온하고 위험한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꿈을 뭉개면 세상을 열심히 사는 동력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노무현 재벌정책의 딜레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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