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반복적 무시" 탈출하자
참으로 극적인 경험이었다. 뽑힌 당선자의 행로도, 뽑은 국민들의 선택도 그리고 뽑는 과정도 `드라마'였다. 과거 선거판의 법칙이나 고정 관념들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기존의 틀 자체가 바뀐 혁신의 선거였다. 그런 점에서 세모의 대선은 새해 한국의 `혁신 출발점'이기도 하다.
21세기 리더십의 핵심은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달리 표현하면 혁신의 성공적 관리다. 혁신은 한단계 도약의 계기를 제공한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개선이 아닌 혁신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래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1세기 첫 국가 리더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혁신의 선거 속에서 승리했다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변화의 시기에 전통적 업계 리더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부분을 반복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혁신기업에 새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기성 정치권은 새로운 사고의 틀, 자발적 문화를 선호하는 2030의 파워를 과소평가함으로써 의외의 결과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이번 대선결과는 혁신의 신호탄일 뿐, 완성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혁신의 실천’이라는 본선 코스로 이제 막 들어섰을 뿐이다.
세계적인 석학 피터 드러커는 최근 ‘혁신의 규율(The Discipline of Innovation)’이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썼다. “혁신이란 천재적이고 일회적인 현상이 아니다. 성과를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축적 과정을 통해 달성된다. 재능, 현명함, 지식이 모두 갖춰졌어도 성실, 인내, 집중이 부족하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
우량기업이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는 비결을 추적한 짐 콜린스 역시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의 전환이 일거에 진행된 적은 없다. 단 한차례의 결정적인 행동, 원대한 프로그램, 한가지 끝내주는 혁신, 혼자만의 행운, 기적의 순간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빠르고 급진적인 혁신 앞에서도 ‘기다가 걷다가 달리는’ 기업이 성공한다고 분석했다. 혁신의 기술에 열광하거나 편승하지 않고 차근차근 현실에 응용하는 기업이 결국은 ‘위대한’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기업사례 분석을 통해 보여줬다. 반면 실패한 기업들은 추진력을 쌓아가는 대신 축적 과정을 건너 뛰어 곧장 도약하려 했다. 그러다가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제품 혁신 프로젝트에 반드시 성향이 다른 인력들을 함께 투입한다고 한다. 창조적 사고로 혁신적 개념을 제시하는 사람과 인내와 조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시킬 사람을 한 팀으로 묶는 것이다. 양자가 결합될 때만 ‘혁신제품’의 탄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대기업 대표를 지낸 50대 중반의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다. 그는 선거 열흘이 지난 그때까지도 결과를 흔쾌히 인정하지 못할 정도로 열렬한 이회창 후보 지지자였다. 긴 한숨을 내 쉬며 이런저런 불안감을 털어놓던 끝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 20,30대 직원들의 의견을 좀 더 폭 넓게 듣고 시스템과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어요.” 변한 사회에 맞는 새로운 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반복적 무시’에서 벗어나 변화된 현실을 학습하고 응용할 자세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세대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30 대 5060의 세대간 대결양상으로 해석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혁신은 모순과 갈등에서 싹튼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세대간 갈등이 생산적 결과의 씨앗이길 바란다. 갈등을 통해 ‘학습하는 한국’ ‘혁신문화의 한국’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2030주도로 터진 혁신의 물꼬를 경륜의 5060이 ‘실행의 논밭’으로 이끌어 풍성한 혁신을 수확하는 한해가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좋은 국가를 넘어 위대한 국가(good to great) 로' 도약하는 한국이 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