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불확실성의 시대

연말이나 연초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경제전망 혹은 증시전망을 보면 재미있는 것이 발견된다. 상반기는 나쁘게 보더라도 하반기에는 꼭 `좋아질 것이다'라고 보는 견해가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9년 가량 경제연구원 생활하다가 언론사로 옮겨온지도 2년이 넘었지만 이러한 분석패턴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하반기 낙관'시나리오가 잘 들어맞은 것은 많지 않지만 말이다.
올해에도 `경기는 하반기 상승, 주가는 1분기 저점, 2분기이후 상승'이라는 견해가 대체로 컨센서스 전망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확신은 매우 부족한 것 같다. 애널리스트 전망에서 주장의 강력함이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불투명한 미래는 신문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아주 곤혹스러운 문제다. 증시방향이나 증시이슈를 앞서서 짚어주고 때로는 과거와 비교해보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일관성있게 보여줘야겠는데 그것이 힘드니까 말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데는 경제의 규칙성이 없어져 패턴분석이 힘들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경기만 해도 2001년 8월부터 회복기로 돌아선 것으로 돼 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도대체 상승기인지, 하강기인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예전에는 경기가 좋아지면 한꺼번에 좋아졌는데 지금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들다. 그리고 임금, 실적같은 수치로 나오는 변수보다 북핵이나 이라크 전같은 변수가 소비심리나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경기순환주기가 3년인 반도체도 주기상으로보면 올해 호황기에 진입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텔사가 지난 4분기에 기대이상의 분기실적을 냈노라고 발표하면서도 올해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반도체 주기도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주기가 불명확하니 주가가 추세를 못잡는 것은 당연하다. 실적이나 성장모멘텀이 잡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간의 격차도 뚜렷하다. 중국수출이나 인터넷 등 성장모멘텀이 있는 분야에 의존하는 기업은 성적이 좋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죽을 쑨다. 우량 상장사의 절대적인 실적은 나쁘지 않되 성장성이 없으면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주가, 장기금리, 환율 모두 우리 스스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주가는 뉴욕증시에, 원/달러환율은 엔/달러환율에, 채권수익률은 주가와 미국국채금리에 일방적으로 휘둘린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다. 정치적으로도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변화의 시기다. 이런때일수록 정부의 정책은 조심스러워야한다. 이상과 명분만 앞세운 정책은 자칫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워 경제주체가 움츠려들게 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구호만 거창한 정책보다 실속있는 정책을,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많은 정책보다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이상적인 정책안을 만드는 것보다 효과적인 집행방안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시돼야하는 것도 이때문이다.